사람 물로 유인하는 기생충 실제 존재
사람 물로 유인하는 기생충 실제 존재
  • 이상진
  • 승인 2019.02.19 07:00
  • 조회수 15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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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보]

 

10~90cm 길이의 기생충 연가시(Gordius aquaticus)는 곤충에 기생하다 산란기가 되면 숙주인 곤충의 뇌를 장악해 물가로 가 자살을 유도합니다. 웅덩이나 계곡, 호수 등 물가나 습기가 많은 곳에 사는 기생충인데요. 사람 몸에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사람을 물가로 유인하는 1m 길이의 기생충이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도 기록된 메디나충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은 기원전 1,200년쯤 이스라엘인들이 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스라엘인들을 괴롭힌 기생충입니다. 성경 민수기 21장에 메디나충을 '불뱀'에 비유한 구절이 나오죠.
 

메디나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메디나충이란 이름은 이 기생충이 이슬람의 성지인 메디나(Medina)에서 많이 발견돼 이름 붙었다고 해요. 메디나충의 학명인 'Dracunculus'는 '조그만 용이 아프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기니벌레(Guinea Worm)로도 불립니다.

 

 

산란기 되면 사람을 물로 유인하는 메디나충

 

메디나충은 호수나 계곡의 물 속 물벼룩 안에 기생합니다. 정수기 등이 없던 시절에는 주위의 담수를 마시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요. 이때 메디나충에 감염된 물벼룩은 인간의 위산에 의해 죽지만, 메니나충의 유충은 살아남아 작은 창자로 탈출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메디나충의 유충은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가 창자를 뚫고 배나 가슴으로 이동합니다. 2~3개월 정도 지난 뒤 유충에서 성체가 된 메디나충은 교미를 합니다. 수컷은 교미 뒤 바로 죽고 암컷은 수천 마리의 새끼들을 품은 채 산란기를 기다립니다.

 

물이 부족해. 출처:pixabay
갑자기 갈증이....!! 출처: pixabay

산란기가 되면 메디나충 암컷은 새끼들을 물속에 퍼뜨리기 위한 행동을 보이는데요. 인체를 뚫고 밖으로 머리를 내밉니다. 이때 사람의 몸 중에서도 물에 닿을 확률이 가장 높은 부위로 머리를 들이댑니다. 주로 복숭아뼈 부근이라고 하네요.

 

메디나충이 피부를 뚫고 나오면 해당 부위에 커다란 수포가 생기는데요. 매우 뜨겁고 고통스러운 증세가 이어진다고 해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수포를 물로 씻거나 해당 부위를 물 속에 담그게 됩니다. 그러면 메디나충 암컷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물을 향해 수천마리의 새끼들을 내보냅니다. 성공적으로 배출돼 호수나 계곡에 자리잡은 메디나충의 유충들은 물벼룩에게 먹혀, 다시 인간의 몸으로 들어올 시기를 기다리죠.

 

기원전 1,550년 이집트 치료법이 유일

 

메디나충이 뚫고 나온 수포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이나 무릎이 구부러져 영구적인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끔찍한 기생충을 치료할 약은 현재까지 없다고 해요. 또 진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메디나충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기원전 1,550년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일단 메디나충이 인체 밖으로 머리를 내놓아야, 감염됐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요.

 

 

이때 의사는 치료를 위해 우선 메디나충이 유충을 모두 배출하기를 기다린 후, 머리를 내민 1m 길이의 메디나충을 막대에 '돌돌 감아서' 서서히 빼낸다고 합니다. 막대로 메디나충을 빼낼 때 중간에 메디나충의 몸이 끊어져 버리면, 환자는 평생 몸 안에 잘린 메디나충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데요. 메디나충이 몸 속에 남는 건 기분도 꺼림칙하지만, 2차 감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증세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서민, <기생충 열전>, 서울:을유문화사, 2013.

The Carter Center, Guinea Worm Disease Eradication: Countdown to Zero (Carter Center), YouTub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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