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를 돌처럼 만드는 '메두사 바이러스'
숙주를 돌처럼 만드는 '메두사 바이러스'
  • 함예솔
  • 승인 2019.03.12 06:30
  • 조회수 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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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Medusa)는 머리카락은 뱀이고 보는 것은 모두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가진 괴물인데요. 일본의 온천에서 바로 이 메두사처럼  숙주(host)를 돌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메두사 바이러스(Medusavirus)'입니다.

 

메두사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는 대상은 아메바의 한 형태인 가시 아메바(Acanthamoeba Castelanii)인데요. 가시 아메바는 아칸트 아메바라고도 불리며 주로 토양이나 물에서 서식하는 원생동물입니다. 참고로 가시 아메바는 렌즈를 착용하는 이웃님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의 경우 가시 아메바에 감염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50배에 이를 수 있어 특히 더 유의해야 하거든요. 가시 아메바에 감염될 경우 각막염이 발생하거나 심할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세포벽이 두꺼워 소독도 어렵다고 합니다.

 


메두사가 자신의 숙주를 돌로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가시아메바를 숙주로 삼아 감염시킨 뒤, 두껍고 딱딱한 껍데기를 형성하며 아메바를 감싸버립니다. 가시 아메바가 휴면 상태에 빠져버리게 만드는데요. 이 독특한 거대 바이러스인 메두사 바이러스는 유전 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층에 수백 개의 못처럼 뾰족한 돌기로 뒤덮여 있다고 합니다. 마치 메두사의 독사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데요.

 

메두사 바이러스. 출처: 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
메두사 바이러스. 출처: 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

<Vi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도쿄대학교(University of Tokyo)의 연구진들은 이 특이한 표본이 거대한 바이러스의 완전히 새로운 분류학 계통에 속한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거대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매우 커다란 크기의 입자와 유전체를 가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거대 바이러스 중에서는 박테리아보다 큰 녀석도 있다고 하는데요. 다른 생명체에서 발견되지 않는 고유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대 바이러스. 출처: 유튜브/Hashem Al-Ghaili
거대 바이러스 이미지. 출처: 유튜브/Hashem Al-Ghaili

거대 바이러스는 2000년대 초반 발견됐는데요. 그 전까지 과학자들은 거대 바이러스를 박테리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이 거대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와 세포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과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거대 바이러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이 바이러스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생명체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 우리는 '바이러스는 살아있는가?' 혹은 '바이러스는 세포에서 진화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은 바이러스가 생물학적 특성과 무생물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바이러스는 핵, 세포막 등의 세포 기관이 없고 독립적인 물질대사가 불가능합니다. 또 생물체 밖에서는 결정체로 존재해 무생물적인 특성을 띱니다. 그럼에도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하면 물질대사가 가능합니다. 증식, 유전 등의 생명 현상을 나타내며 자기복제 또한 가능해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이름이 내 이름이라고요..? 출처: pixabay
바이러스 이름이 내 이름이라고요..? 출처: pixabay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메두사 바이러스와 같은 거대 바이러스가 진핵 세포의 진화 역사와 어떻게 관련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구진들은 실제로 메두사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인 아메바의 게놈 안에 다수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는 아주 오래 전 아메바와 바이러스 사이의 유전자 전달이 일어났으며 진화 경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실제로 진핵생물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진화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며, 메두사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고대 진핵 생물의 진화에 거대 바이러스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새로운 흔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Yoshikawa, Genki, et al. "Medusavirus, a novel large DNA virus discovered from hot spring water." Journal of virology (2019): JVI-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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