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농업 덕에 윗니가 아랫입술에 닿으며 나는 발음 시작"
"인류, 농업 덕에 윗니가 아랫입술에 닿으며 나는 발음 시작"
  • 강지희
  • 승인 2019.04.01 18:10
  • 조회수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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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니를 아랫입술에 닿게 해 그 사이에 나는 소리를 '순치음(Labiodental)'이라고 합니다. 영어 기준에서 대표적인 발음으로는 'f'와 'v'가 있죠.

 

순치음. 출처: Wikipedia
순치음. 출처: Wikimedia Commons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언어학자 D.E. Blasi의 논문에 따르면, 순치음은 인류 역사 중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발음이라고 합니다. 순치음은 고대 인류의 식습관으로부터 발달했다고 하는데요. 농업이 발달함에 따라 고대인의 식습관이 달라지고, 턱 구조도 그에 맞게 변해 순치음이 발달했다는 설명입니다.

 

고대 인류, 고기 때문에 순치음이 없다?

 

고대 인류가 순치음을 발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과거부터 존재했습니다. 1985년 언어학자 찰스 호켓은 수렵과 채집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고대인들이 순치음을 발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죠.

 

농업이 발달하기 약 6천~7천년 전 고대인들은 수렵과 채집 중심의 생활을 했습니다. 질긴 식감의 고기를 먹었죠. 턱과 치아 구조도 질긴 고기를 씹는 식생활에 맞게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고대 인류의 치열은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마주하는 형태인 절연교합(edge to edge)을 가졌다고 합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분쇄된 곡물과 유제품 등 부드러운 식감의 음식을 먹게 됩니다. 부드럽게 가공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은 결과, 턱과 치아 구조도 윗니가 아랫니보다 튀어나온 형태인 수직피개(Overbite)와 수평피개(Overjet) 교합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윗니와 아랫입술을 겹칠 수 있게 되었고, 순치음과 같은 새로운 발음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해골. 출처: pixabay
두개골 이미지. 출처: pixabay

순치음의 기원을 찾아서

 

Blasi의 연구진은 찰스 호켓의 주장을 기반으로 아이슬란드에서 인도까지 분포한 '인도-유럽어족'의 언어와 이들의 역사와 식습관을 비교했습니다. 인도-유럽어족들이 쓰는 언어의 종류는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그리고 힌디어 등이 있죠. 연구진은 이들의 역사를 분석해 고대의 인도-유럽어족들의 식습관과 언어의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도-유럽어족들이 순치음을 쓰는 빈도가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수직피개와 수평피개 교합도 인류가 가공된 곡류와 유제품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때만 지속적으로 존재했다고 합니다.

 

생체역학에서도 각각 모델을 만들어 피개교합과 절연교합의 움직임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피개교합이 절연교합보다 근육을 움직이는데 힘이 약 30% 덜 들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그린란드, 남아프리카, 그리고 호주 등에서 수렵 및 채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2,400명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구를 했습니다. 생활 양식과 언어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인도-유럽어족과 다르게 약 1개의 순치음만을 발음했으며, 이들의 언어에서 순치음을 쓰는 언어는 거의 찾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를 연구한 Blasi 박사는 "인간의 언어 중 순치음은 최근에 나온 발음이며, 인류가 농업을 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생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언어학자 Claire Bowern은 Blasi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Bowern은 순치음과 같은 특정한 소리를 발음할 수 있게 되면 단어에서 그 소리가 적용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의 생물인류학자 Robert Corruccini는 농업이 인류의 턱 구조와 발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순치음이 많은 수치로 증가한 것은 사람들간의 교류가 많아진 1700년대 산업화 시대였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고자료##

 

Blasi, Damián E., et al. "Human sound systems are shaped by post-Neolithic changes in bite configuration." Science 363.6432 (2019): eaav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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