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김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일까요? 우리는 흔히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는데요. 한반도에 정착한 사람들이 이른바 '고조선' 시절부터 고춧가루가 들어간 배추김치를 먹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조선 초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추가 아시아에 전파된 때는 약 2,000년 전인데요. 원산지가 지중해인 배추는 본래 지중해에서 자라는 잡초성 유채였습니다. 배추는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유랑해 2,000년 전쯤 중국으로 유입됩니다. 유입된 배추는 한반도와 일본 등지로 퍼져나갔죠.
또 김치의 주재료인 고추는 멕시코가 원산지입니다. 콜럼버스가 멕시코의 고추를 스페인에 전파했습니다. 스페인에 전파된 고추는 16세기 이후 중부 유럽과 영국, 중국, 일본 등지로 퍼지게 됩니다.
한반도에 처음 배추가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 후라는 분석이 있는데요. 조선을 침략한 일본이 고추를 한반도에 들여왔다는 설명입니다. 어떤 설명이 설득력이 있든지 간에 오늘날의 '고춧가루 묻은 배추김치'는 여러 곳에서 조달된 식재료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전통'에 대한 인식은 보통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유럽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민족 국가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때부터 전통이란 개념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설명인데요.
영국의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면면히 이어져내려 온 관행이나 생활 양식 등이 전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틀렸다"며 "우리가 믿고 있는 전통의 상당수는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주도면밀하게 창작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한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상식 또한 허구에 불과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정주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일본 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은 서울과 제주에 사는 한국인 213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213명 가운데 14.5%는 남태평양 토착민의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참고자료##
- 김보일, <과학으로 세상 읽기>, 서울:휴머니스트,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