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에 보낸 편지 '골든 레코드' 해석
외계인에 보낸 편지 '골든 레코드' 해석
  • 함예솔
  • 승인 2019.05.08 23:30
  • 조회수 5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이저호는 인공물 최초로 성간 우주로 들어섰다. 출처: NASA
보이저호는 인공물 최초로 성간 우주로 들어섰다. 출처: NASA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발사한지 35년 만에 인공물로서는 최초로 태양계의 경계선인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넘어 성간우주로 들어섰습니다. 보이저 2호 역시 몇 년 후면 태양권계면에 도달할 예정입니다. 보이저 호는 인류가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보낸 탐사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이저 1, 2호에는 모두 특별한 편지가 실렸습니다. 확률이 아주 낮긴 하지만 외계인과 마주할 경우를 대비한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금으로 도금된 약 30cm 크기의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인데요. '인류 베스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든 레코드의 내용물은 코넬대학교의 칼 세이건 박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NASA 위원회가 선정했습니다. 칼 세이건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115개의 이미지와 파도, 바람, 번개, 새, 고래, 다른 동물들이 만드는 다양한 자연적인 소리들을 모았습니다. 또 각기 다른 문화와 시대의 음악을 선곡해 추가했고 지구인들이 55개의 언어로 인사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115개의 이미지는 아날로그 형태로 암호화 돼 있으며 레코드의 나머지 부분은 오디오로 제작됐습니다. 분당 16과 2/3 회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합니다.

 

저 기호들은 뭘까

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출처: NASA
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출처: NASA

그런데 골드 레코드판 위에는 상징적인 기호들이 가득합니다. 일반 사람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이 기호들은 골드 레코드를 발견한 외계인들을 위해 기록됐습니다. 지구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끔 이에 필요한 수식을 정리했습니다.

외계인이 골든 레코드 발견하면 해석할 수 있을까? 출처: fotolia
외계인이 골든 레코드 발견하면 해석할 수 있을까? 출처: fotolia

외계인이 골든 레코드를 발견하더라도 레코드에 들어있는 내용을 읽어낼 수 없다면 레코드는 인류가 보낸 편지가 아니라 그냥 우주를 돌아다니는 쓰레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골드 레코드의 커버에는 레코드를 작동하는 방법, 가령 레코드를 플레이어에 어떻게 배치해야하는지, 레코드에 담긴 이미지를 보려면 디스크의 어떤 부분을 해독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기록됐습니다.

 

이밖에도 레코드에는 무한한 우주에서 지구를 찾는 방법, 우리가 표기한 거리의 측정 단위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골든 레코드 작동 방법은?

이 기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출처: NASA
이 기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출처: NASA

위 사진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기호들은 레코드를 플레이어에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레코드판을 회전시키기 적절한 속도도 보여줍니다. 레코드는 본래 원반 표면에 작은 홈이 나 있어 바늘이 홈을 훑으며 녹음된 음악을 재생시켜 작동하는데요. 위 기호에는 레코드를 재생시킬 수 있는 축음기의 바늘을 우주선에서 제작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 기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출처: NASA
이 기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출처: NASA

위의 빨간색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기호들은 데이터 중에서 비디오와 관련 있는데요. 제일 윗부분에 마치 지진파 기록처럼 보이는 것은 골든 레코드에 녹음된 비디오 신호의 파장 형태를 보여줍니다. 빨간 박스 안에서 하단에 표시된 기호는 외계인들이 골든 레코드를 작동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독해 지구의 소리와 이미지를 복구했을 때 그들이 원형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보게 될 것이란 걸 의미합니다. 이는 외계인들이 제대로 보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합니다.

 

외계인들이 보이저호에서 골든 레코드를 발견하고 여기까지 잘 따라온 다면 지구의 모습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득 외계인은 이런 생각을 하겠죠. "그럼 이 아름다운 행성은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외계인이 이 질문을 할 것을 대비해 과학자들은 이미 레코드 커버에 지구를 찾을 수 있도록 지도를 그려넣었습니다. 찾으셨나요? 

이 기호는 지구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출처: NASA
이 기호는 지구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출처: NASA

네. 바로 저 기호가 지도인데요.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대시 기호(—)들과 선들로 이뤄졌습니다.

 

과학자들은 외계인들에게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방법으로 펄서들(pulsars)의 위치와 주기를 이용했습니다. 펄서는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 별입니다. 때문에 밀도가 매우 높고 자전 주기와 그로 인한 맥동이 매우 규칙적입니다. 레코드 커버에 그려진 대시 기호(—)들과 선은 각각의 펄서가 얼마나 빠르게 전파를 뿜으며 맥박 치는지 나타냅니다. 따라서 고등의 외계 생명체가 운 좋게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우주에 있다면 태양과 펄서(pulsars)들의 위치를 가지고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지구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다. 펄서! 출처: NASA/JPL
자세히 보면 이런 모습~ 안드로메다도 들어있네. 출처: NASA/JPL

외계인들은 이 지도를 펄서(pulsars) 중 하나가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사진과 함께 보게 될 겁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그 위성 은하들의 위치는 외계인들에게 우주적 스케일로 언제 이 기록물이 보내졌는지 알려줍니다. 물론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하자면 외계인들이 우주선의 원자력 전지(nuclear battery)를 확인한다면 골든 레코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주를 표류해왔는지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외계인들이 보이저호 속의 골든 레코드를 수 천년 혹은 수 백만년 후 발견하게 된다면 은하의 위치를 나타내는 배치도는 훨씬 오래 지속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단 지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지도를 표현하는 대시 기호(—)들과 선, 그리고 숫자들을 외계인들이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골든 레코드 위원회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숫자를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는데요. 어떤 숫자 체계에서도 셀 수 있는 '점(dot)'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우리의 일반적인 숫자 체계인 10진법 뿐만 아니라 2진법으로 등식화했습니다. 가령 골든 레코드에서┃ 모양은 숫자 '1'을, 그리고 ━ 모양은 '0'으로 사용됐습니다. 그 다음 도식은 덧셈, 곱하기, 분수 표기 등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이해 하셨나요? 출처: NASA/JPL
이해 하셨나요? 출처: NASA/JPL

수소원자는 길이를 측정하는 기본단위 

당구장 표신가? 출처: NASA
당구장 표신가? 출처: NASA

시계 같기도, 안경 같기도 한 저 빨간 박스 안 기호는 뭘까요. 원자번호 1번인 수소 원자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원소입니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 1개에 전자 1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성자의 주위를 도는 전자는 양성자의 스핀과 같은 방향의 스핀과 같은 방향을 가질 수도, 다른 방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할 때 원자는 약간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집니다. 그런데 원자는 가능한 낮은 에너지 상태로 있으려는 성질을 띱니다. 이 때문에 전자는 결국 방사선을 방출하며 배열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때 방출되는 방사선은 21cm의 특정한 길이의 파장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이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소와 그것이 방출하는 빛의 파장을 이용하면 측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 였군. 출처: NASA/JPL
이런 의미였군. 출처: NASA/JPL

위에 사진을 보면 양성자 1개와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 1개를 표현한 모식도를 볼 수 있습니다. 1M은 수소 원자의 무게를, 1t은 전자의 스핀방향이 바뀌는 시간을 나타냅니다. 이를 이용해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사용하는 측정 시스템을 설명합니다. M을 g, kg같은 무게 단위와 지구질량 기준인 'e'으로 변환하고 시간 측정을 초, 일, 년으로 변환합니다. 전자가 배열을 바꾸며 발생하는 21cm 길이의 파장을 사용해 cm, Å (옹스트롬), m, km와 같은 길이 단위를 설명합니다.

 

이 단위들을 이해한 외계인들은 태양의 직경과 태양으로부터 각 행성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지구의 질량과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가 어떻게 되는지 등도 알게 되겠죠. 지구 생명체를 이루는 원자와 분자, DNA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사람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단서를 습득할 수 있게끔 조치했습니다.

 

골든 레코드는 칼 세이건과 드레이크의 작품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과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 출처: NASA/Wikimedia Commons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과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 출처: NASA/Wikimedia Commons

한편, 책 <호모 아스트로룸>에 따르면 칼세이건이 외계인에게 보낼 편지에 어떤 내용을 적을까 고심하던 끝에 드레이크와 상의했고, 보이저 호에 실린 레코드 형태의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드레이크가 고안했다고 하는데요. 당연히 외계인은 인간의 문자를 읽을 수 없을 겁니다. 이에 그들은 레코드판에 지구의 소리와 음악을 넣게 된 것이죠.

 

또, 보이저 호에 실린 레코드가 골든 레코드로 불리게 된 건 도금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하는 동안 레코드판에 열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금을 입혔습니다. 외계인에게 음악 편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측면도 있네요.

 

보이저호는 태양계를 떠나면서 우주의 빈 공간에 있게 됐습니다. 보이저호가 다른 행성계에 들어서기까지 무려 4만 년이 걸릴 거라고 합니다. 그 전에 외계인은 보이저호 속 골든 레코드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책 '호모 아스트로룸'을 만나고 싶다면 클릭!
책 '호모 아스트로룸'을 만나고 싶다면 클릭!

책 <호모 아스트로룸>에는 외계 문명과 접촉하여 호모 아스트로룸Homo Astrorum, 다시 말해 '우주의 사람'으로 진화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인류가 어떻게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로 날아올랐는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킨 이들은 누구인지를 소설 속 이야기처럼 읽어내게 됩니다. 

 


##참고자료##

 

  • 오노 마사히로, 호모 아스트로룸, 북21, 2019
  • https://voyager.jpl.nasa.gov/galleries/images-on-the-golden-recor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19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