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쳤다'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빨간약'을 처방받은 추억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빨간약이 실은 화약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빨간약의 정확한 이름은 요오드팅크인데요. 요오드팅크는 요오드와 알코올을 혼합해 만든 소독약입니다. 이때 요오드가 바로 화약의 제조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된 것인데요.
때는 1811년으로 프랑스 나폴레옹 정권 아래 화학자 베르나르 쿠르투아(Bernard Courtois)는 화약을 제조하던 질산칼륨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쿠르투아가 만들었던 화약제조법은 용량이 정확히 정해져 있었습니다. 나폴레옹 정권이 총알을 가장 멀리 날려보낼 수 있는 화약을 만드는 비법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죠.
화약을 제조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질산칼륨 75%, 유황 12.5%, 석탄 12.5%를 섞으면 되는 것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화약 성분의 75%를 차지하는 질산칼륨은 얻는 과정은 만만치가 않았는데요.
쿠르투아는 인공 질산칼륨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낸 화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인공 질산칼륨의 개발로 땅에서 질산칼륨을 파내는 수고로움과 시간비용을 덜 수 있게 됐죠. 인공 질산칼륨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화세균을 유기물이 풍부한 흙에다 배양시킨 뒤 나무를 태운 재를 섞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쿠르투아는 인공 질산칼륨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뭇재가 부족해 해초를 태운 재를 대신 쓰게 되는데요. 문제는 해초의 재를 사용하면 합성을 진행하는 구리솥 바닥에 침전물이 달라붙어 황산으로 닦아내야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쿠르투아는 이 과정에서 그만 실수를 하게 되는데요. 침전물을 닦아 내려고 황산을 너무 많이 부어버린 것이죠. 황산을 초과해 넣자 보라색 증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잠시 뒤 반짝이는 검은 결정이 나타났습니다.
쿠르투아는 흥미로운 물질이긴 하지만 전쟁 중이라 스스로 분석을 하지 못하고 다른 화학자에게 보내는데요. 화학자 조셉루이 게이뤼삭(Joseph Louis Gay-Lussac)은 이 검은 결정으로부터 새로운 화학원소를 찾아냈고 이를 보라색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따 요오드라고 명명했습니다.
이후 요오드는 소독제와 의약 실험을 위한 시약과 전구 필라멘트 수명을 높이는 용도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데요. 그러나 정작 요오드를 발견한 쿠르투아는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아 요오드로 이룩한 각종 산업의 경제적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파산해 1838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마리노엘 샤를,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 김성희, 서울:윌컴퍼니,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