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일부러 작은 지진들을 일으켜 큰 지진을 막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실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이 방법의 가능성을 엿본 역사적인 사례는 지난 1962년 미국 콜라라도주 덴버 시 근처에서 일어난 미국 육군의 폐수처리방식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크고 작은 지진들이 수차례 반복해 일어났습니다. 규모는 리히터 0.7~4.3에 이르는 등 다양했는데요. 문제는 대부분의 지진이 미국 육군의 병기고에서 불과 8km 범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미군은 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지저분한 폐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는데요. 그러다가 1961년부터 지하 3,670m까지 땅을 굴착해 우물을 만들었습니다. 폐수를 그곳에 버리기 위함이었죠. 이때부터 덴버 시 근처에 지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이 미군이 우물에 폐수를 쏟아 지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고 결국 미군은 우물에 폐수를 벌이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미군이 우물에 폐수를 버렸던 시기와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난 시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깊은 지하 우물에 폐수를 밀어 넣는 것이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요. 과학자들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지난 1969년입니다.
1969년 미국 지질연구소는 앞서 추정한 가정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랭리 유전의 유정들 속에 주기적으로 물을 밀어 넣었는데요. 미국 지질연구소가 유정에 물을 넣기 시작한 이후 물의 양과 지진 사이에 뚜렷한 상관 관계가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지수압력 3,700파운드마다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반면 물을 다시 빼내면 지진 활동이 둔화했습니다. 지질연구소의 실험 전부터 해당 지역은 규모가 작은 지진들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이 지역이 상당한 응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지질연구소가 물을 투입하니 지진이 더 자주 일어난 겁니다.
과학자들은 덴버와 랭리 사례를 통해 지각의 활동인 지진이 일어나는 데 물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데요. 이로부터 과학자들은 지진이 일어날 법한 곳에 의도적으로 작은 지진을 일으켜 큰 지진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진활동이 예상되는 지역에 시추공을 파고 물을 넣으면 큰 지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물을 부으면 소규모 지진들이 일어나 그곳에 모인 큰 응력에너지를 줄인다는 논리입니다. 응력에너지가 줄면 지진활동 위력도 약해져 큰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백신적 지진예방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만약 지진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 대규모 활성단층대에 위치한 곳이라면 오히려 시추공을 파고 물을 쏟는 행위는 대규모 지진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이기화,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서울:사이언스북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