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 강지희
  • 승인 2019.05.30 16:15
  • 조회수 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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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네...?" 출처: pixabay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네...?" 출처: pixabay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카페 종사자들은 손님이 종종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당황스러운 주문을 넣을 때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따뜻한'까진 아니더라도 0도 이하로 기온을 낮추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얼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IF 9.661)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이 초고압의 극한 환경을 구현하여 상온에서 얼음을 만들고 형상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첨부1] 동적 고압을 형성하기 위한 다이아몬드 앤빌셀을 확대한 모습. 출처: KRISS
동적 고압을 형성하기 위한 다이아몬드 앤빌셀을 확대한 모습. 출처: KRISS

KRISS 연구팀의 이윤희, 이수형,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초당 대기압의 500만 배까지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anvil cell)' 장치를 개발, 고압에서의 얼음 성장에 적용했습니다.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은 한 쌍의 다이아몬드 모루로 눌러서 고압을 형성하는 기존 기술(다이아몬드 앤빌셀)에 고속 엑츄에이션 기술을 더해 초당 대기압의 500만배까지 가압하거나 감압할 수 있는 기술인데요. 참고로 다이아몬드 모루란 평평한 다이아몬드 두 개를 같이 짓눌러 극한의 압력을 생성하는 장치입니다.

 

초고압 환경을 구현하는 다이아몬드 앤빌셀에 구동제어, 분자 진동 측정기술 등을 동기화하여 물질의 압력, 부피, 영상, 분자 구조 정보까지 동시 측정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이죠. 

상온에서 물을 압축하면 얼음이 될 수 있다. 출처: pixabay
상온에서 물을 압축하면 얼음이 될 수 있다. 출처: pixabay

그 결과 연구진은 상온에서 물을 압축하여 고압얼음을 형성하고, 동적인 압력 조작을 통해 3차원 팔면체 얼음을 2차원 날개 모양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압력으로 얼음을 제어하면 맛있는 고기를 지킬 수 있다. 출처: pixabay
압력으로 얼음을 제어하면 맛있는 고기를 지킬 수 있다. 출처: pixabay

얼음 결정을 온도가 아닌 압력으로 제어한다면 기존 얼음이 가졌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식품입니다. 일반 대기압에서 온도로 육류를 냉동시킨다면 바늘처럼 뾰족한 6각형의 얼음결정이 발생하여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킵니다. 때문에 고기의 육질과 맛이 떨어지죠. 하지만 고압에서 냉동시키면 뾰족하지 않은 다른 형태의 얼음결정이 생겨 육질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비행기에 생기는 얼음은 기체 결함과 추락까지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눈이 오는 날은 물론, 영하 40 ℃까지 떨어지는 고도 1만 m 상공에서는 비행기 날개에 결빙이 일어나죠. 얼음결정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면 날개 모양에 변화를 일으키고 양력을 떨어뜨립니다. 그만큼 얼음결정의 성장속도와 형태 제어는 비행기 안전과 운행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지구 심부 및 외계 행성의 생명체 탐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마리아나 해구와 같이 고압 저온의 심해에서 사는 물고기, 툰드라와 같이 혹한의 추위에서 사는 생명체 등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화성에서는 탐사활동을 위해 방사능과 가혹한 온도를 견디는 얼음집이 제시된 바 있죠. 이번 연구는 이처럼 지구나 외계 행성의 극한 환경에 존재하는 물 또는 얼음의 형태를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KRISS 융합물성측정센터 이윤희(우측), 이근우(좌측) 책임연구원이 얼음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초고속카메라를 조정하고 있다. 출처: KRISS
KRISS 융합물성측정센터 이윤희(우측), 이근우(좌측) 책임연구원이 얼음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초고속카메라를 조정하고 있다. 출처: KRISS

KRISS 이윤희 책임연구원은 "고압 냉동기술을 활용하면 식품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얼음결정과 냉동공정을 만들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을 현재 신선식품의 물류에 사용하는 콜드체인(cold chain) 시스템에 적용하면 식품의 상품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RISS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다양한 결정구조에 활용할 수 있어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라며 "초고압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어 한계에 부딪힌 과학기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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