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이 아닌 꿀벌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까요? 상대적으로 뇌가 큰 척추동물들의 경우 각각의 개체가 여러 상황을 통합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요. 그런데 곤충들의 경우 개체가 아닌 집단이 의사결정을 함께 내린다고 합니다.
흔히 꿀벌은 단수 단위의 개체를 넘어서는 초개체 단위로 생활합니다. 이때 초개체는 콜로니라는 기능적 단위로 표현되는데요. 벌들은 의사결정 과정을 조직의 집단인 콜로니의 선택에 따라 내린다고 합니다.
꿀벌들의 콜로니의 의사결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과정은 집단의 거주지를 옮기는 이사과정에서 잘 드러납니다. 꿀벌들은 새로운 꿀을 찾아 거주지를 옮겨야 할 때면 무리 전체가 임시적인 일종의 야전 막사로 이동합니다. 그리곤 사방팔방으로 정찰병을 보내 어디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릴지 살펴봅니다.
각각의 정찰병 꿀벌들은 무리가 뿌리내리기에 적당한 장소를 다녀와 무리에 다녀온 곳이 얼마나 보금자리로 적합한지 보고하는데요. 만약 자신이 다녀온 새로운 장소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꿀벌은 동료들 앞에서 8자춤(waggle dance)을 춥니다.
8자춤은 꿀벌이 숫자 8을 그리며 공간을 뱅글뱅글 돌는 비행을 뜻하는데요. 8자춤의 격렬함으로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를 전달한다고 해요. 거리가 멀수록 8자춤의 속도가 느려집니다.
반면 거리가 멀수록 꿀벌은 엉덩이를 빠르게 흔드는데요. 이렇게 춤을 추는 정찰병 꿀벌을 보고 콜로니에 남아있던 동료 꿀벌들은 하나 둘 각각의 정찰병을 따라나섭니다.
독일의 동물학자인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을 주로 연구한 학자인데요. 프리슈는 지난 1973년 이 같은 꿀벌의 8자춤 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정찰병 꿀벌들이 보고한 정보 가운데 어떤 곳이 새로운 보금자리 장소로 최종 선택되는 것일까요? 처음에는 여러 후보지 가운데 어느 곳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최종 선택지가 가려진다고 하는데요. 이주할 최종 장소는 가장 많은 꿀벌들이 모인 장소가 된다고 합니다. 여러 개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장소가 곧 꿀벌의 콜로니가 선택하는 장소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 하세가와 에이스케, <생명과학 이야기>, 조미량, 서울:더숲, 2014.
- The BeeGroup @ VT, Honey bee waggle dancing, Youtub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