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기능 방해하는 장 속 세균 찾았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장에도 대장균을 포함한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요. 장 속 미생물이 약물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장에 있는 미생물이 파킨슨 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을 모두 분해해 버린다고 합니다.

파킨슨 병과 레보도파

파킨슨 병에 걸리면 수의 운동의 작은 떨림으로 시작해 근육 운동의 조정이 점차적으로 악화되다가 움직임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말기에는 근 경직이 일어나 최소한의 움직임에도 커다란 노력이 요구되죠.

파킨슨 병에 가장 영향을 받는 부위는 흑색질이라고 합니다. 뇌 속 깊은 위치에 존재하며 해부 시 검은색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때문입니다. 도파민은 산화될 경우 검게 변하기 때문이죠. 파킨슨 병 환자들은 도파민 생성 세포가 죽는다고 합니다.

레보도파(Levodopa, L-도파)는 파킨슨 병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입니다. 1960년대에 '도파민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죽는 것이라면 도파민을 대체할 약물을 투여해보자'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약물인데요. 레보도파는 뇌로 들어가 탈카르복실화를 거쳐 도파민으로 전환될 수 있는 화합물입니다.

도파민 신경계는 사람과 동물의 학습과 기억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초기 파킨슨 병 환자는 레보도파를 투여받으면 도파민 신경계가 활성화돼 인지기능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레보도파의 1~5%만이 실제로 뇌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레보도파의 신진대사를 막기 위해 의사들은 카르비도파(Carbidopa)를 처방해주지만 그래도 56%의 레보도파만이 뇌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화학 및 생화학을 공부하는 Vayu Maini Rekdal 연구진은 인간유전체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참조해 레보도파의 효능을 방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했습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는 사람의 23쌍 염색체에 담긴 약 30억 개의 유전물질의 배열 순서를 알아내는 국제 연구 프로그램입니다. 인간 DNA의 구조, 조직, 기능에 대한 정보들을 찾는 작업이었죠.

연구진은 인간유전체프로젝트를 통해 장에 있는 미생물 중 'Enterococcus faecalis'와 'Eggerthella lenta'라는 두 미생물이 레보도파의 기능을 방해한다고 추측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균주의 유전적 요소를 확인했는데요.

확인한 결과 Enterococcus faecalis는 레보도파의 탈카르복실화를 촉진해 장 내에서 레포도파를 모두 도파민으로 분해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증거로는 효소가 있었는데요. Enterococcus faecalis는 PLP-dependent tyrosine decarboxylase(TyrDC)라는 효소를 통해 끊임없이 레보도파를 모두 도파민으로 분해해버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