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든 타의든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면 무기력해진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학습된 무기력'이 있죠. 하지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간 많이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현실을 받아들여"라는 작은 충고 몇 마디만 나올 뿐이었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은 타인들에게도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2011년 진화생물학자 Robert Trivers와 William von Hippel은 스스로를 자신의 능력보다 과신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설득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독일 뮌헨대학의 경제학 조교수 Peter Schwardmann의 연구진은 자기기만이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Nature Human Behavior>에 따르면 연구 결과 자기기만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타인들을 속이거나 설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실험했는가

Schwardmann의 연구진은 688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4명씩 나눠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그룹에 들어가 몇 가지의 지적 능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같은 그룹에 있는 3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자신이 테스트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스스로 판단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테스트 결과를 피드백했지만 정확히 말하지 않아 참가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했죠.
한 그룹에 속한 4명의 참가자들은 4명의 고용주들(사실은 고용주 역할을 하고 있는 실험 참여자들)에게서 각자 면접을 받았습니다. 고용주들은 면접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테스트하고 면접에 참여한 4명의 참가자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2명의 참가자들에게 15 유로(24 달러)를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사람들을 한 그룹당 2명씩 나눠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연구진은 자기기만을 할 수 있도록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고용주에게 자신이 정말로 테스트를 잘 봤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고용주들로부터 15 유로를 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조군 그룹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스트 결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죠.
실험 결과 연구진은 실험군 참가자들이 대조군 참가자들보다 자신감이 넘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언어적 태도에도 비언어적 태도에도 실험군 참가자들과 대조군 참가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자기기만을 한 실험군 참가자들 중 일부는 대조군 참가자들과 테스트에서 동일한 점수를 받았지만 고용주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설득시키는 데 성공해 15 유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총 두 번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두 실험 모두 결과가 유사하게 나왔죠. Schwardmann는 자기기만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설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Schwardmann는 "자신의 천재성을 확신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속일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정적 견해도 있어
호주 뉴캐슬대학교 행동경제학자 David Savage 박사는 "Schwardmann의 연구진이 688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두 번의 실험을 거쳐 유사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Savage 박사는 참가자들의 실제 성과와 성과에 대한 믿음을 구분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Savage 박사는 과신과 같은 자기기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Savage 박사는 "자신을 과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당사자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과신하게 판단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고자료##
- Peter Schwardmann & Joël van der Weele <Deception and self-deception>,Nature Human Behaviour (2019).
- Smith, Megan K., Robert Trivers, and William von Hippel. "Self-deception facilitates interpersonal persuasion."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63 (2017): 9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