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 혈관 외벽도 체크해야
동맥경화, 혈관 외벽도 체크해야
  • 강지희
  • 승인 2019.08.21 20:00
  • 조회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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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 심장이 위험해! 출처: pixabay
혈관이, 심장이 위험해! 출처: pixabay

대표적 건강 적신호 중 하나인 동맥경화는 흔히 '혈관 내부가 막히는 병'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동맥경화는 혈관 가장 안쪽 내막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동맥경화가 혈관 외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습니다. 동맥경화를 더 이상 '혈관 안'에서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동맥경화가 혈관 내부뿐만 아니라 혈관 외벽까지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김세화 책임연구원팀은 동맥경화의 진행에 따라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갈색화, 비규칙적 응집 및 섬유화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의 동맥경화 연구

동맥경화의 진행에 따른 혈관 외벽의 변화
동맥경화의 진행에 따른 혈관 외벽의 변화
- (A) 정상적인 혈관주변지방조직(PVAT)의 모습.
- (B) 발병 초기에는 PVAT이 갈색지방으로 변하고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함.
- (C)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PVAT이 악화돼 기능을 상실함.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동맥경화는 동맥벽이 굳어지며 탄력성이 감소돼 약해지거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물질이 침착돼 혈관 내벽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 결과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죠. 동맥경화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혈관이 50% 이상 좁아져야 인지되기 시작합니다. 동맥경화는 심근경색,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동맥경화는 혈관 안쪽의 변화로 시작됩니다. 이런 탓에 지금까지 동맥경화를 다루는 대부분의 연구는 혈관 내부에 집중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바깥쪽인 혈관 외벽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지방세포, 면역세포, 섬유세포 등으로 이루어진 혈관 외벽은 해부학적 관찰이 어려운데다 혈관을 기계적으로 지탱하는 지지대 정도로 여겨져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혈관주변지방조직(PVAT)이 건강한 혈관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학계에 제안됐고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혈관주변지방조직은 혈관을 둘러싼 마지막 외벽의 생체조직으로 지방 세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혈관주변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인해 내분비적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역할일 뿐 혈관 외벽과 동맥경화의 직접적인 관계는 밝혀지지 못했죠.

 

혈관주변지방조직은 정해진 형태가 없어 흐물흐물한데다 지방이 주된 성분이라 관찰에 필수적인 화학적 염색 처리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혈관 내부의 실험을 위해 이 부위는 잘려 버려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연구하다

 

KRISS 김세화 책임연구원팀은 비선형광학현미경을 이용해 기존의 화학염색법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혈관주변지방조직 고유의 3차원 이미징을 획득‧분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혈관을 구성하는 지방, 콜라겐, 엘라스틴 등을 화학적 처리 없이 많은 정보가 유지된 상태로 정밀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맥경화성 혈관 외벽을 이미징한 결과.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동맥경화성 혈관 외벽을 이미징한 결과.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통해 동맥경화의 심화 정도에 따라 혈관 외벽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발병 초기에는 혈관주변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변하고 에너지의 소모를 높여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혈관주변지방조직이 악화되어 기능을 상실했다고 합니다.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혈관의 모습.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혈관의 모습.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가 관여해 혈관주변지방조직의 섬유화를 유도하고 규칙적인 지방의 배열을 깬 것을 혈관 외벽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란 생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물질 중 하나입다. 배아 발생 단계에서부터 성숙한 세포의 분화, 증식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활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죠. 

 

혈관주변지방조직에서의 TGF-β는 '양날의 검'으로도 불립니다.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하고, 악화시키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TGF-β를 중심으로 동맥경화 메커니즘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동맥경화 정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어디에 활용 가능할까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의료 진단 기술 개발 분야 특히 동맥경화의 정밀 진단 기술에 활용이 가능합니다. 혈관의 염증 반응에 의한 동맥경화증은 기존의 의료영상 기술로는 조기 및 정밀 진단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기술은 혈관 내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 진단 기술에서 탈피하여, 혈관 외벽의 변화를 이용한 새로운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임상 및 전임상 실험에서 정밀한 측정 연구 및 질병과의 연계 예측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혈관외부 주변조직 특징 변화에 초점을 맞춘 영상기술이 접목된다면 혈관 내부의 염증 반응 및 혈관의 안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혈관의 예방적 보호와 치료 기술을 위한 신약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혈관 외벽은 동맥경화 발병부터 심화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상되며 동맥경화의 발병 초기에는 지방의 갈색화가 가속화되는데요. 이는 혈관 질병의 예방적 보호 기술의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갈색지방화의 정도가 유지되다가 동맥경화 병반을 중심으로 혈관의 섬유화가 발생이 되며 그 기능을 상실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중요 조절인자는 새로운 치료 방법의 타깃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김세화 책임연구원(오른쪽)팀이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혈관을 관찰하고 있다.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나노바이오측정센터 김세화 책임연구원(오른쪽)팀이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혈관을 관찰하고 있다.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김세화 책임연구원은 "혈관 외벽이 단순 지지대 역할에서 벗어나 혈관 내부의 질병까지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된다"며 "혈관 외벽의 변화를 통해 혈관 내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혈관주변지방조직의 질병 관련 메커니즘을 활용한 신약 및 치료방법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IF 9.661)에 온라인으로 게재됐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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