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뇌질환을 정복하거나 뇌기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세포 하나하나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해야 합니다. 때문에 뇌에 칩을 삽입하거나 비침습적 영상기술로 신경 신호를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이는 감지한 신경 신호를 통해 생각을 읽어 동작이나 언어 표현 없이도 기계를 움직이고자 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brain–machine interfaces, BMIs)'의 핵심기술이기도 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간 브레인 칩을 통해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반대로 뇌에 신호를 보내는 양방향 소통은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뇌 기능을 제어하기 위해 파킨슨 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심부자극술을 위한 칩이 사용되고 있지만 뇌 회로의 정밀한 자극이나 뇌신호 변화의 동시 측정은 어려웠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은 조일주 박사(KIST) 연구팀이 새로운 브레인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하는 한편 약물이나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브레인 칩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브레인 칩, 그 효과는?
브레인 칩은 뇌의 특정 부위에 삽입되는 침습적 방식입니다. 비침습적인 영상기술을 활용하는 방식과 달리 삽입 시에 뇌조직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뇌에 삽입되는 구조체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연구진은 머리카락 굵기의 아주 얇은(40um의 두께) 초소형 브레인칩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전기, 빛, 약물을 이용한 자극 기능이 포함된 브레인 칩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자극에 반응하는 뇌신호를 뇌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약물이동채널과 광자극을 위한 광도파로(optical waveguide), 전기자극을 위한 전극, 뇌신호 측정전극을 모두 머리카락 굵기의 실리콘 구조체에 하나의 구조로 통합했습니다.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작은 기계 구조체를 제작하는 미세 기계 전자시스템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 크기의 초소형 실리콘 구조체에 자극과 측정을 위한 요소들을 모두 집적할 수 있었죠.
개발된 브레인 칩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팀은 살아있는 생쥐의 뇌에 브레인 칩을 삽입했습니다. 연구팀은 기억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해마 영역을 빛과 약물로 자극하여 해당 영역의 뇌회로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음을 뇌신호 측정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빛이나 약물 자극으로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
또한 연구팀의 브레인 칩은 이 과정에서 해마 여러 부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신경 신호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해냈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브레인 칩은 기존 탐침 대비 6~8배 가까이 축소된 작은 크기의 탐침 4개와 32개의 전극이 내장돼 신경세포 하나하나로부터 신호를 읽어 들이고 약물이나 빛을 수 초 내 직접 전달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브레인 칩은 특히 이식시 조직손상이나 감염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인 소형화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은 개발된 다기능 브레인 칩이 기존의 다기능 브레인 칩에 비해 뇌조직의 손상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조직의 면역 반응 염색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개발된 브레인 칩을 통해서 해마 영역에 빛으로 자극을 가해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되고 약물을 주입하여 연결이 약화되며 시간이 일정 시간 후에 연결이 다시 회복되는 것을 뇌신호 변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기대효과는?
이번에 개발된 브레인 칩은 뇌기능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뇌 회로 연구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브레인 칩은 특정 뇌부위를 자극하고 연결된 뇌 부위에서 뇌 신호 측정을 통해 뇌의 동작 원리 규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뇌-기계 접속 시스템은 뇌 신호를 읽는 것만 가능한데 반해, 자극 기능이 집적된 브레인칩을 이용하면 뇌 기능 조절 및 제어까지 가능한 양방향 시스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약물과 빛을 이용해 이상 뇌 회로를 자극하고 뇌 신호를 측정해 뇌회로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뇌 질환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 뇌회로를 자극해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연구에 응용될 경우 뇌 질환 치료 기술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전망입니다.
조일주 박사는 "뇌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초소형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기존 뇌 회로 연구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 기능 정밀조절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 Multifunctional multi-shank neural probe for investigating and modulating long-range neural circuits in vivo.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