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거미 진화에 영향 줘"
허리케인, "거미 진화에 영향 줘"
  • 강지희
  • 승인 2019.08.25 14:00
  • 조회수 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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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출처:
오늘의 주인공 Jonathan Pruitt 박사. 출처: McMaster University

여기 참 특이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이 과학자는 거미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허리케인을 관찰한다고 하는데요. 이 과학자는 캐나다 해밀턴의 맥마스터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Jonathan Pruitt입니다. Pruitt의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에서 허리케인 직전과 허리케인이 발생한지 48시간 이후의 거미의 행방을 연구했는데요.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허리케인으로 거미의 자연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도마뱀 연구에서 영감을 얻다

제 실험을 오마주한 거래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제 실험을 오마주한 거래요! 출처: Wikimedia Commons

Pruitt의 연구는 2018년 <Nature>에 게재된 논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진화생물학자 Colin M. Donihue의 연구진은 도마뱀 Anolis scriptus를 대상을 실험했습니다. 연구진은 허리케인 이르마(Irma)와 마리아(Maria)가 발생하기 며칠 전 두 개의 섬 턱스(Turks)와 케이코스(Caicos)에 서식하는 도마뱀들을 관찰했습니다. 며칠 후 두 섬에서는 시속 200km의 허리케인이 들이닥쳤습니다.

 

섬이 허리케인으로 난장판이 된 후 연구진은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은 도마뱀들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살아남은 도마뱀들은 죽은 도마뱀들보다 커다란 발바닥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도마뱀들은 짧은 넓다리 뼈와 작은 체구를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넓다리뼈가 짧고 체구가 작을수록 나뭇가지에 매달리기 쉽다. 뿐만 아니라 발바닥에는 미세한 능선들이 있는데 발바닥이 클수록 능선이 많으며 나뭇가지를 쥐는데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하고 성격 나쁜 거미가 생존

거미 Anelosimus studiosus. 출처: flickr
거미 Anelosimus studiosus. 출처: flickr

Pruitt의 연구진은 폭풍이 일어나기 쉬운 연안 지역에서 거미 Anelosimus studiosus 암컷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Anelosimus studiosus는 수백 마리가 콜로니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Anelosimus studiosus의 콜로니는 두 가지 생활 방식을 갖습니다. 공격적인 생활 방식과 온순한 생활 방식인데요. 온순한 생활 방식을 갖는 거미들은 서로의 자손을 키우고 음식을 모으며 생존에 필요한 작업을 공유합니다. 

 

반면 공격적인 생활 방식의 거미들은 자원을 확보하거나 다른 포식자 거미의 침략으로부터 식민지를 방어하는데 능숙합니다. 이 거미들은 다른 종이나 식민지를 직접적으로 침략하지 않지만 콜로니 내부에서 먹이를 빼앗기거나 개체군 수가 너무 많아지면 수컷이나 새끼들을 잡아먹거나 서로 싸워서 동료 거미들을 불구로 만든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폭풍이 상륙하기 전 240개의 거미 콜로니 표본을 수집했습니다. 거미 콜로니 표본을 수집한 후 거미들이 있는 지역에서는 허리케인이 지나갔습니다. 허리케인이 발생한 지 48시간이 지난 후 연구진은 거미 콜로니들의 생존과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폭풍이 지나간 후 공격성이 있는 거미들이 온순한 거미들보다 알을 더 많이 낳고 겨울 초까지 더 많은 새끼 거미들이 살아남는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반면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온순한 거미들이 더 잘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우리도 성격 나쁘면 잘 살아남는 거야?" "아닙니다." 출처: pixabay
"우리도 성격 나쁘면 잘 살아남는 거야?" "아닙니다." 출처: pixabay

Pruitt은 이 연구 결과를 '블랙 스완' 현상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블랙 스완이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라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Pruitt은 "열대성 허리케인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동물의 행동과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Pruitt은 이 연구를 토대로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Pruitt은 "해수면이 높아짐에 따라 열대성 허리케인의 발생률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허리케인의 생태적 및 진화적 영향이 동물에 어떻게 미칠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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