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의 호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토성 위성의 호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함예솔
  • 승인 2019.09.17 22:00
  • 조회수 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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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NASA의 카시니호(Cassini spacecraft)는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마지막으로 근접 통과(flyby) 했습니다. 2004년 토성에 도착한 뒤 2017년 토성 대기권으로 추락하며 임무를 마친 카시니호는 타이탄에 존재하는 지름 약 160만km2  크기의 액체 호수와 해양을 지도화 했습니다. 참고로 카시니호는 레이더 장치로 라디오파(radio waves)를 쏘고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집해 타이탄의 지형과 호수와 해양의 깊이 등을 측정했습니다.

카시니호에서 본 근적외선(near-infrared)으로 본 모습. 타이탄의 북극 해양이 반짝거린다. 출처: NASA/JPL-Caltech/Univ. Arizona/Univ. Idaho
카시니호에서 본 근적외선(near-infrared)으로 본 모습. 타이탄의 북극 해양이 반짝거린다. 출처: NASA/JPL-Caltech/Univ. Arizona/Univ. Idaho

그 과정에서 타이탄 북반구 언덕 꼭대기에 있는 호수를 밝힐 레이더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 호수는 액화 메탄가스(liquid methane)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4월 <Nature Astronomy>에 게재된 이 새로운 발견은 타이탄의 호수가 얼마나 깊은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밝힌 첫 번째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태양계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지표에 유일하게 안정적인 액체를 보유하고 있는 타이탄에서 어떻게 액화 메탄가스 흘러가고, 증발하고, 스며드는지가 다뤄졌습니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수문학적 순환(hydrologic cycle)이 지구와 유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구에서 물이 해양에서 증발해 구름과 비를 만드는 것 대신 타이탄에서는 물 대신 메탄과 에탄으로 형성됩니다. 지구에서는 탱크에서 가압되지 않는 한 탄화수소(hydrocarbons)가 가스 상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타이탄은 너무 춥기 때문에 지구의 상온에서 가솔린처럼 탄화수소가 액체처럼 거동합니다. 

타이탄 북극 지역 인근의 액화 탄화수소(liquid hydrocarbons)로 채워져 있는 해양. 출처: NASA/JPL-Caltech/ASI/Cornell
타이탄 북극 지역 인근의 액화 탄화수소(liquid hydrocarbons)로 채워져 있는 해양. 출처: NASA/JPL-Caltech/ASI/Cornell

과학자들은 거대한 북쪽 해양이 메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메탄으로 채워진 작은 호수들의 발견은 놀라웠습니다. 이전에 카시니호가 보내온 데이터에서 타이탄 남반구의 유일한 호수인 Ontario Lacus에는 메탄과 에탄이 거의 동일하게 혼합돼 있었습니다. 참고로 에탄은 메탄보다 좀 더 무겁고 탄소와 수소원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타이탄의 북반구와 남반구의 수문학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의미합니다. 타이탄의 동쪽에는 낮은 고도의 거대한 해양이 있습니다. 협곡과 섬도 존재합니다. 서쪽에도 작은 호수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타이탄에는 해수면보다 더 높은 고도에 메탄으로 가득 찬 호수가 있었습니다. 이 호수들은 폭은 작지만 매우 깊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질학적으로 이곳의 형성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주변의 얼음과 고체 유기물로 이뤄진 기반암(bedrock)이 화학 작용으로 용해되고 붕괴될 때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이죠. 이는 지구의 '카르스트(karstic)' 지형에서 형성된 호수와 비슷합니다. 참고로 지구에서 카르스트 지형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석회암이 약산성의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며 화학적 풍화 작용을 받으면서 조성됩니다. 이 지형들은 타이탄 기후 모델 아이디어를 뒷받침합니다. 타이탄에 탄화수소비가 내려 호수가 채워졌다가 일부는 대기로 증발하거나 혹은 지하수로 흘러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액체질소 폭발해 만들어진 분화구

타이탄 북극에 있는 가파른 가장자리를 가진 호수.  출처:  NASA/JPL-Caltech
타이탄 북극, 가장자리가 가파른 호수. 출처: NASA/JPL-Caltech

그런데, 이탈리아  G.다눈치오 대학교(G. d'Annunzio University)의 Giuseppe Mitri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Nature Geosciences>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해수면 보다 수 십m 높은 고도에, 가장자리가 급격한 이 메탄 호수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관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따뜻해진 질소(nitrogen)가 타이탄에 분지(basin)를 형성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 연구 역시 NASA의 카시니호가 보내온 레이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습니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타이탄 지표에 액체질소(liquid nitrogen) 웅덩이가 따뜻해지면서 폭발하며 분화구를 날려버리고 그 곳이 다시 액화 메탄가스로 채워졌다고 설명합니다. 새 이론에 따르면 타이탄의 북극 주변에서 발견되는 'Winnipeg Lacus' 호수처럼 해수면 보다 높고, 가장자리가 급격한 경사를 이룬 호수를 카르스트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 호수의 모습이 형태학적으로 봤을 때 폭발한 분화구와 더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가장자리의 급격한 경사는 내부에서 분출된 물질로 형성됐다는 걸 의미했죠. 

 

이 시나리오는 초기 타이탄의 기후가 지금보다 따뜻했다는 기후모델(climate models) 아이디어와 맞물려 있습니다. 지난 5억~10억년 동안 타이탄 대기의 메탄은 온실가스 기능을 해 타이탄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지구보다는 추웠죠. 과학자들은 타이탄 대기의 메탄이 태양으로 인한 화학 반응 때문에 고갈됐다가 다시 공급되는 과정으로 인해 냉각과 온난화의 시대를 거쳐왔다고 봅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Jonathan Lunine은 "추운 시기에는 질소가 대기를 지배했고 비도 내리고 순환하며 얼음으로 뒤덮인 지표에 웅덩이를 만들었다"면서 "성곽처럼 가장자리가 가파른 이 호수는 이 행성 지표와 지각에 액체질소(liquid nitrogen)가 있었다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지역적으로 발생한 온난화라도 액체질소를 증기로 바꿔 빠르게 팽창시키고 분화구를 날려버리기 충분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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