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생명과학부 이창욱 교수팀은 GIST 생명과학부의 전영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가포식이 단백질의 4차 구조(protein quaternary structure)를 통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Autopha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어떤 물질을 분해할지 선택하고 리소좀으로 옮기는 데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가포식과 리소좀
세포 속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자가포식(autophagy)'이 시작됩니다. 자가포식은 불필요한 물질을 세포 내에서 스스로 분해하는 일종의 '청소' 과정입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 생존하기 위한 작용입니다. 이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염증성 소화기질환, 암, 노화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작용은 리소좀(lysosome)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리소좀은 골지체 막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작은 주머니 모양의 세포 소기관으로 단일막 구조를 갖는데요. 리소좀은 식균작용으로 세균을 제거하는 백혈구 등에 발달해있으며 다당류, 지질, 핵산,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다양한 가수 분해 효소가 들어있어 세포 내 소화 기능을 담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포 내부로 들어온 세균 등의 이물질과 손상된 세포 소기관, 세포 내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세포 내 불필요한 물질을 골라내 리소좀까지 옮기는 데는 다양한 단백질이 관여합니다. 대표적으로 'Vac8(Vacuole related 8) 단백질'이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단백질이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자가포식 유형이 결정됩니다. Vac8 단백질이 Nvj1(Nucleus-vacuole junction 1) 단백질과 결합하면 세포핵 일부분을 분해하는 자가포식(PMN)이 작동합니다.
반면 Atg13(Autophagy Related 13) 단백질과 결합하면 세포질 가수분해 효소를 리소좀으로 수송하는 'Cvt 경로(Cytoplasm-to-vacuole targeting pathway)'를 작동시키죠. 하지만 Vac8가 단백질이 이들 단백질과 결합하는 구체적인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원리, 어떻게 밝혔냈나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단일 진핵세포 생명체인 '효모'를 연구 모델로 정했습니다. 연구팀은 단백질 결정을 이용한 'X-선 결정법'과 'X-선 소각 산란 분석법'을 이용해 Vac8 단백질이 결합하는 단백질에 따라 4차 구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참고로 X-선 결정법이란 단백질과 같은 화합물들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합니다. X-선 소각 산란 분석법이란 X-선이 시료를 통과할 때 보통의 회절 현상보다 더욱 각도가 작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산란으로 입자의 크기나 형상, 집합의 상태를 정량적으로 구하는 방법이죠.
연구팀은 기존에 Vac8-Nvj1 단백질 복합체는 아치 모양의 4차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Vac8-Nvj1 단백질 복합체와 다르게 Vac8-Atg13 단백질 복합체는 긴 나선 모양의 4차 구조를 형성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Vac8 단일 단백질이 어떻게 다른 상호작용으로 결합 단백질을 구분하고 또 이러한 복합체 형성이 다른 형태의 4차 구조를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자식작용을 조절하는 매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효모에 Atg13 결합 구조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돌연변이를 유도해 이와 같은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실험 결과 Atg13 결합 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 Cvt pathway가 일어나지 않지만 PMN 반응은 일어났다고 합니다. Cvt pathway는 선택적 자식 작용의 한 종류로 세포 자식 작용이 분해보다는 생합성에 이용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Aminopeptidase I, Ape4 등과 같은 가수분해효소를 세포질에서 리소좀으로 수송하는 기작이죠.
반면 PMN 반응은 세포 내 영양이 부족할 시 핵의 일부분이 핵-리소좀 간 막접촉점을 통해 리소좀으로 직접 수송돼 분해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세포 내에서 Vac8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다양한 4차 구조를 형성해 자식작용의 종류를 스스로 결정함을 입증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창욱 교수는 "이 연구는 하나의 단백질이 어떻게 다양한 자가포식에 관여하면서 다른 기능을 보여주는지 파악한 것"이라며 "단백질 4차 구조를 이용해 자가포식 관련 질환의 치료법을 찾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 Park, Jumi, et al. "Quaternary structures of Vac8 differentially regulate the Cvt and PMN pathways." Autophagy (2019): 1-16.
- 배미정, 오현선, 나광석 <내 옆의 선생님 완자 - 생명과학I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