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9% 실패했고 성공한 건 1%에 불과하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너무 많았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생화학자 로버트 레코프위츠(Robert Lefkowitz)가 한 말입니다. 레코프위츠는 외부 신호에 반응하도록 하는 '구아닌 단백질 연결 수용체'의 기본적 성질과 구조를 해명한 공로로 2012년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원인을 분석해 이에 대비하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토마스 에디슨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잘 되지 않는 방법 1만 가지를 발견한 것", "나는 실험에 실패할 때마다 성공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패 없는 성공이란 없다"는 말을 남겼죠.
과학계에서도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이 훗날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관련 논문 내용을 소개해드릴게요.
실패했더니 더 성공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Center for Science of Science and Innovation의 연구원 Dashun Wang의 연구진은 '마태 효과'를 기반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마태 효과란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연구진은 국립보건원 과학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1990~2005년까지 보조금을 신청한 초보 과학자 1,000여명의 데이터였죠.
연구진은 보조금을 신청한 과학자들의 보조금 획득 여부를 파악했습니다. 561명은 가까스로 보조금을 얻어냈고 나머지 623명은 보조금을 놓쳤다고 합니다. 또한 연구에서 충분한 능력을 인정받으면 후속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년 동안 보조금을 받은 과학자들이 획득한 보조금의 평균 액수는 13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보조금을 받은 초보 과학자들의 10년 후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지원 받은 과학자들이 얻은 보조금, 과학자들이 발행한 논문, 그리고 이 논문들이 인용된 횟수 등을 활용해 과학자들의 성공 여부를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보조금을 받은 과학자들은 마태 효과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보조금을 못 받은 과학자들이 보조금을 받은 과학자들보다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논문 인용 수도 훨씬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 과학자들은 연구에 사용하는 돈의 액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5%의 논문을 발표한 사람의 비율이 보조금을 받은 과학자들보다 21% 높았다고 합니다.
Wang의 연구는 '생존자 편향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생존자 편향은 살아남은 사람에만 집중하고 실패한 사람은 고려하지 않아 생기는 오류를 말합니다. 그 결과 생존 가능성을 잘못 판단하게 되죠. 이 편향은 '낙관주의 편향'과 '과신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데요.
생존자 편향은 연구자들에게 실패 사례는 기록에 없거나 빈약한 반면 성공 사례는 풍부하게 남아있어 본의 아니게 성공 사례를 일반하게 되는 오류입니다. 하지만 연구진의 연구에서 경력을 그만둔 과학자들의 숫자는 이번 실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Wang은 "경력에서 일찍 탈락한 사람들은 경력을 포기해 인력 소모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성과를 드러냈다. 당신이 실패에 꺾이지 않는다면 실패는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Wang, Yang, Benjamin F. Jones, and Dashun Wang. "Early-career setback and future career impact." Available at SSRN 3353841 (2019).
- 비난트 폰 페터스도르프 <사고의 오류>
- 강준만 <감정 독재 :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