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love)'의 정의? 언어따라 달라
'사랑(love)'의 정의? 언어따라 달라
  • 함예솔
  • 승인 2019.12.26 17:50
  • 조회수 1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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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영어로 'love'는 터키어로 'sevgi', 독일어로 'Liebe'라고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개의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love는 같은 의미를 지닐까요? 연구진은 전 세계 감정의 개념을 조사했습니다.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에서부터 수천 명이 사용하는 언어까지 약 2,500개의 언어에 이르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분노, 두려움, 기쁨과 같은 감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출처: AdobeStock
사랑이란 무엇일까? 출처: AdobeStock
  • 서론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이 덕(virtue)의 필수 요소라고 제안했습니다. 찰스 다윈은 '인간과 짐승의 감정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이란 책에서 감정은 하나의 기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문화가 행복, 슬픔, 분노, 놀라움, 혐오 등 6가지 기본 가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출처:Pixabay
아리스토텔레스. 출처:Pixabay

그 이후로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감정의 흔적을 다양한 언어로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참가자에게 얼굴에 표정이 있는 사진에서 감정을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하나의 일반적인 실험을 가지고 보편성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비평가들은 서구와 산업화된 사회의 개념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시도를 가망 없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LOVE의 의미는 모든 언어에서 똑같은 의미로 번역될까? 출처: Pixabay
LOVE의 의미는 모든 언어에서 똑같은 의미로 번역될까? 출처: Pixabay

모든 인간의언어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모든 감정 단어들이 공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가령 독일어의 단어인 'Sehnsucht'는 대체 가능한 삶에 대한 강한 욕구를 의미하지만 영어로 직역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많은 음성언어에는 감정 상태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번역사전에서 영어로 'love'는 터키어로 'sevgi', 헝가리어로 'szerelem'와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개념이 영어, 터키어, 헝가리어로도 다 같은 걸 의미할까요? 이 연구에서는 2,474개 언어 표본에서 감정 개념의 의미를 조사해 문제를 탐구합니다. 비교언어학에서 나온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전세계 언어 샘플에서 감정 의미론의 다양성과 구조를 조사합니다.  

 

  • 연구 방법

 

사랑 같은 개념이 언어마다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문화심리학 박사과정 학생인 Joshua Conrad Jackson는 통계를 이용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막스플랑크연구소(the Max Planck Institute) 인류사과학연구소(Science of Human History)의 전산언어학자인 Johann-Mattis List와 협업했습니다. Johann-Mattis List는 CLICS(Database of Cross-Language Comlexification)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였는데요. CLICS는 현지 언어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개념과 이를 표현하는 거의 3,000개의 언어의 단어 간 관계를 분류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중요한 점은 CLICS는 'dull'처럼 두 개 이상의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데이터베이스의 모든 언어로 동일한 개념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들을 파악해냅니다. 이러한 개념도(concept mapping)는 Joshua Conrad Jackson이 찾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이용해 나눠봅시다. 출처: AdobeStock
데이터베이스 이용해 개념도 만들어봅시다. 출처: AdobeStock

Joshua Conrad Jackson과 Johann-Mattis List는 통계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들로 팀을 구성해 2년에 걸쳐 사상 최대의 CLICS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24개의 감정 개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개 어족(language families)에서 2,474개 언어의 다른 단어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지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두 가지 개념을 공통으로 가진 단어가 많을수록 그들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과 연민이라는 개념은 둘 다 절묘하게도 하와이식 표현으로 'aloha'라고 표현됩니다. '연애'와 '사랑'의 연관성은 특히 오스트로네시아 언어족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듯 보였습니다. 

 

  • 연구 결과

 

데이터를 집계한 후 연구원들은 21개의 네트워크에서 이러한 연결을 시각화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언어족 각각에 관한 것이었고, 하나는 모든 발견을 보편적인 네트워크로 통합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이 네트워크를 분석했을 때 그들은 감정적 개념들 사이의 연관성이 언어족 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르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감정적 개념이 언어족으로 인해 3배나 많은 변동성을 나타낸다는 점도 확인합니다. 즉, 감정적인 용어는 언어마다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어에서 'ænduh'는 슬픔과 후회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지만 다르구아어(Dargwa)어로는 슬픔, 다드어(dard)로는 후회가 아닌 불안을 표현합니다. 

 

  • 논의

 

지리적으로 가까운 언어족들은 먼 곳보다 더 밀접하게 네트워크가 정렬돼 있습니다. 이는 공유하고 있는 경험이나 조상들을 통해 문화가 이러한 용어의 진화에 원인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현지언어학자 Alexandre François는 "이 연구는 야심차고 설득력 있는 연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영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적 개념이나 언어 사이에서 원활하게 번역되지 않는 용어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바누아투(Vanuatu) 사람들은 love 다르게 쓰인다. 출처: Pixabay
바누아투(Vanuatu) 사람들은 love 다르게 쓴다. 출처: Pixabay

그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에서 Mwotlap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영어의 'love'란 단어와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나마 가장 대응하는 표현은 동사 'tam'입니다. 이는 공감, 관대함, 환대를 의미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데 적용되는 용어입니다. 이는 로맨틱한 사랑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Joshua Conrad Jackson은 그의 연구가 언어 학습자들에게 약간의 통찰력을 제공하기 바랍니다. "단어를 배우는 것만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신은 문맥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 결론

 

인간의 언어 대부분에는 '분노',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나타내는 단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언어에 따라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왜 언어 간 의미가 달라지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2,474개의 음성언어에서 비교언어학을 이용해 감정적 의미론을 추정합니다. 분석 결과 감정적 개념의 어족(language families)의 지리적 인접성에 따라 예측되는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문화 전반에 걸친 감정 용어의 의미에서는 유사성이 낮았고 변동성이 높았습니다. 감정 용어의 유사성은 그들의 언어가 유래한 지리적 근접성, 쾌락적 정서, 무언가 상기시켜주는 생리적 자극 등을 기반으로 예측됐습니다. 

행복한 유쾌한 감정을 후회의 불쾌한 감저오가 비슷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출처: AdobeStock
행복한 유쾌한 감정을 후회의 불쾌한 감정과 비슷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출처: AdobeStock

슬픔에 관한 낮은 자극(low-arousal)과 분노의 높은 자극(high-arousal)을 동일시 하는 언어는 거의 없었습니다. 행복한 유쾌한 감정을 후회의 불쾌한 감정과 비슷하다고 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그들이 이름을 짓기 시작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수천년 이상 추가된 포유류의 뇌에 어떤 기본정서(primary emotions)가 내재돼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뒷받침합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Joshua Jackson는 "감정의 기본 구성 요소는 있지만 인간은 수천년 동안 우리 문화 내에서 이 구성 요소들의 골격을 만들어 왔다"며 "우리가 감정을 명명하는 방식, 우리가 감정을 소통하는 방식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 참고 자료

 

Joshua Conrad Jackson et al., “Emotion semantics show both cultural variation and universal structure”, Scienc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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