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과학자들이 햇빛이 비추는 달 표면에서 물을 발견했습니다. 사상 처음입니다. 달에 춥고 그늘진 지역에만 물이 생기는 게 아니라 달 표면 전반에 물이 생길 수 있는 지역이 분포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과학자들은 2009년부터 달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달 표면에서 얼음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최근 <Nature Astronomy>에는 달에 물이 흔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가 두 편이나 게재됐는데요. 달 표면에서 태양 빛이 비추는 가장 큰 분화구에서 물이 발견됐을 뿐 아니라, 영구적으로 그늘이 드리워진 지역인 '콜드 트랩(cold traps)'에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얼음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달에서 물 찾기
우선, 햇빛이 비추는 달 표면에서 물을 발견한 연구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 후 연구원인 케이시 호니볼(Casey Honniball) 박사는 NASA의 성층권 관측 망원경인 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의 데이터를 이용해 달 표면에 존재하는 물을 연구했습니다.
- 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
SOFIA는 개조된 보잉 747SP 항공기에 설치된 직경 약 2.7m의 적외선 망원경입니다.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는 적외선으로 우주를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 고안됐는데요. 지상에 닿는 적외선의 대부분을 차단하는 수증기를 피해 약 13.7km의 성층권까지 올라 비행하며 우주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SOFIA의 이동성은 또한 육지와 인접하지 않은 넓은 바다인 외해(open ocean)와 같은 곳에서도 천문학에서 일시적인 사건들을 포착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SOFIA는 비행 후 착륙할 수 있는 덕분에 과학에서 촉각을 다투는 긴급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최신 기술들로 바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SOFIA는 달의 남반구에 위치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분화구 중 하나인 클리비우스(Clavius) 크레이터에서 물 분자를 검출해냈습니다.
SOFIA의 이러한 결과는 달에서 물의 존재를 조사하기 위해 수년 간 이뤄진 이전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1969년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처음으로 달에서 돌아왔을 때 달은 완전히 건조한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NASA의 달 탐사선 미션과 LCROSS(Lunar Crater Observation and Sensing Satellite) 같은 충돌 미션 등을 통해 달에 영구히 그늘이 드리워진 분화구에서 얼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전까지는 달 표면 관측에서 수소 형태의 분자가 검출되긴 했지만, 물 분자인지 수산기(OH)화합물인지 구별해 낼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팀은 보면 달 표면에 퍼져있는 1m3의 토양에 갇혀있는 100~412 ppm의 농도로 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NASA의 Science Mission Directorate의 천체물리학부 책임자인 폴 헤르츠(Paul Hertz)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친숙한 물(H2O)이 태양빛이 들어오는 달 표면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그곳에 물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합니다. 이어 "이 발견은 달 표면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심우주 탐사와 관련된 자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하는데요. 케이시 호니볼(Casey Honniball) 박사는 "SOFIA 관측 이전에는 일종의 수화작용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았다"며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분자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많은지 우린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OFIA는 달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는데요. SOFIA는 FORCAST(Faint Object infraRed Camera)라 불리는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물 분자 고유의 파장을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햇빛이 잘 드는 클라비우스 분화구에서 비교적 놀라운 농도를 발견했던 것이죠. 호니볼 박사는 "두꺼운 대기가 없다면 태양 빛이 드는 달 표면의 물은 우주로 손실돼야 한다"며 "그렇지만 그 곳엔 물이 있다. 무언가가 물을 발생시키고 있고 뭔가가 그곳에 물을 가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달에 물이 만들어지거나 전달되는데 여러 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달 표면으로 솓아지는 미소 운석은 적은 양의 물을 운반해 충돌 시 달 표면에 물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태양풍에 의해 수소가 달 표면에 전달될 경우인데요. 토양에 있는 산소가 함유된 광물과 화학작용을 통해 수산기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는 동안 미소 운석 폭격을 통한 방사선은 그 수산기를 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달에 물 가두기
<Nature Astronomy>에는 달에 존재하는 물은 영하권 작은 그림자에 생각보다 많이 갇혀있을 수 있다는 연구도 함께 게재됐는데요. NASA의 달 탐사선(Lunar Reconnaissance Orbiter, LRO)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 물이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콜드 트랩을 연구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콜로라도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대기우주물리학 연구소 조교수인 Paul Hayne는 성명서에서 "만약 달의 극지방 중 한 곳 근처에 서 있다고 상상하면, 당신은 사방에서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많은 작은 그림자들은 얼음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콜드 트랩을 이해하려면 달의 남극 근처에 있는 새클턴 크레이터(Shackleton Crater)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 거대한 충돌 크레이터는 수 마일 깊이로 약 13마일에 걸쳐 뻗어져 있습니다. 태양에 대한 달의 위치 때문에 크레이터 내부는 영구적으로 그늘 속에 있었습니다. 즉, 이 그림자 지역은 수십억 년 동안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Hayne는 이러한 구멍이 얼마나 흔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오직 큰 분화구에만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달의 표면으로 퍼져 존재하는지를 말이죠.
연구팀은 달의 실제 관측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다음, 작은 규모로 달 표면이 어떻게 생겼을지 재현하기 위해 수학적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달의 북극과 남극에는 영구적인 그림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구멍들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직경이 1cm의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콜드 트랩(micro cold traps)'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콜드 트랩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큰 트랩보다 더 작은 '마이크로' 콜드 트랩이 수 백배 또는 수 천 배 더 많을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즉, 이 조용한 구멍 속에 이전 연구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얼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밝힌 셈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달에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약 40,000㎢에 이르는 달의 영구음영지역(permanent shadow)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Hayne는 "콜드 트랩의 온도는 너무 낮기 때문에 얼음은 암석처럼 작용할 것"이라며 "만약 물이 그곳에 들어간다면 10억년 동안은 아무데도 못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그림자들이 실제로 얼음을 보유하고 있는지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가보는 거겠죠. Hayne는 직접 그곳에 우주비행사나 로버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Paul Hayne는 "우리가 맞다면 식수, 로켓 연료, NASA가 필요로 하는 모든 물은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참고자료##
- Honniball, C.I., Lucey, P.G., Li, S. et al. Molecular water detected on the sunlit Moon by SOFIA. Nat Astron (2020). https://doi.org/10.1038/s41550-020-01222-x
- Hayne, P.O., Aharonson, O. & Schörghofer, N. Micro cold traps on the Moon. Nat Astron (2020). https://doi.org/10.1038/s41550-020-1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