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은 손가락의 수분을 조절하는 미세 유체역학적인 통로로 초기 수분의 과다에 관계없이 손가락과 손가락이 닿는 표면 사이의 마찰력이 최대가 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건식 교수 연구팀은 인체의 수화현상을 연구하던 중 고밀도의 땀샘이 존재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효과적인 그립 동작을 위해 최적의 수화조건을 충족시키도록 유인원의 지문이 진화됐다는 것을 MHz, THz, IR, Visible 파를 이용해 수분의 이동을 관찰함으로 현상의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영국의 버밍햄대학(Michael Adams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김성완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이민걸 교수)와 협력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PNAS>에 게재됐습니다.
지문의 역할
영장류에서 지문이 진화한 이유와 그립을 돕는 지문의 역할은 이제까지 잘 이해되지 않았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끝은 평평한 피부보다 땀샘의 밀도가 훨씬 더 높으며 지문 융기(fingerprint ridge) 아래의 땀샘은 온도 변화보다 감정 상태와 불안에 반응해 지문 융기가 수분과 상호 작용하여 피부와 그립 표면 사이의 마찰을 조절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분광 및 단층 이미징 기술을 사용해 유리 표면과 접촉하는 손가락 끝의 수분 거동을 특성화했습니다. 초기에 건조한 손가락 끝의 경우 땀 분비로 인해 피부가 가소화(plasticization)되고 마찰이 증가해 지문 융기와 표면이 충분히 밀착돼 땀샘이 효과적으로 차단됩니다.
반면 초기에 젖은 손가락 끝의 경우 지문 고랑(furrow)은 모세관 증발을 통해 과도한 수분의 제거가 용이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손가락 끝이 처음에 젖었는지 건조됐는지에 관계없이 손가락 끝의 수분량은 항상 손가락과 유리 사이의 최대 마찰에 해당하는 동일한 값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는 매끄러운 스크린(flat screen)등 거의 모든 접촉(ubiquitous contact)의 응용에 중요하며 특히 개선된 촉각 센서와 햅틱(haptic) 피드백 시스템의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로봇이나 인공 손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손가락과 접촉하는 방식의 센서, 그립·촉각 시스템 및 위변조 방지기술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손가락의 초기 수화상태에 관계없이 지문과 표면 사이의 마찰력이 최대가 되는 최적의 수화조건이 스스로 조절됨을 관찰했습니다. 수분의 모세관 증발 정도 및 지문 내부의 수분정도의 변화는 보안 연구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자료##
- Seoung-Mok Yum et al., "Fingerprint ridges allow primates to regulate grip", PNAS(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