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vs 그냥축구 "뇌 손상 심한 쪽은?"
미식축구 vs 그냥축구 "뇌 손상 심한 쪽은?"
  • 함예솔
  • 승인 2020.12.09 13:35
  • 조회수 5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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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충격이 자주 발생하는 스포츠 경기들은 늘 부상 가능성이 뒤따릅니다. 미식축구, 축구, 복싱, 하키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충격은 선수들에게 영구적인 뇌 손상을 유발합니다. 때때로 성격이나 기억, 사고 변화가 따르는 뇌 손상을 겪기도 하는데요.

전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 만성 외상성 뇌질환 많았다. 출처: AdobeStock
전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은 만성 외상성 뇌질환을 자주 앓았다. 출처: AdobeStock

이렇게 반복적인 뇌진탕으로 인한 손상을 '만성 외상성 뇌질환(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CTE)'이라고 합니다.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에 따르면 CTE는 뇌 MRI 검사로도 추적이 안 돼 환자가 사망에 이른 뒤에야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검을 할 때 병리학자들이 손상된 뇌 조직을 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2017년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NFL(미국프로풋볼리그) 선수들 111명의 뇌 중에서 단 한 사람의 뇌를 제외하고 모두 심각한 CTE 징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CTE 증상을 보였던 전직 운동선수들의 뇌를 기증받아 진행됐습니다. 보스턴대학교 CTE 센터는 '뇌 은행'을 설립해 기증받은 뇌를 관리합니다. 이곳에는 425개의 뇌가 보관돼 있습니다. 

매스컴에서도 전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CTE 관련 연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식축구 선수가 전부 뇌 손상을 겪는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CTE를 처음 발견한 병리학자 베넷 오말루(Bennet Omalu)는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미식축구 경기를 허락하는 건 '아동 학대'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미식 축구 활동을 반대하는 촌극을 빚었죠. 

 

미식축구 선수라고 모두 뇌 손상 겪는 건 아냐

 

하지만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의 저자이자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인 라훌 잔디얼(Rahul Jandial) 박사는 이 관점이 과장됐다고 말합니다. CTE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JAMA에 게재됐던 연구는 NFL(미국프로풋볼리그) 선수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뇌 손상으로 성격이나 정신적 변화를 드러냈던 전직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뇌진탕 경험이 있음에도 성격이나 정신적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JAMA에 게재됐던 연구에서는 NFL(미국프로풋볼리그)에 가본 적 없는 미식축구선수들은 뇌의 광범위한 손상을 입는 경우가 훨씬 적다는 점도 보여줬는데요. 연구진은 본인 혹은 가족이 CTE를 의심해 특별히 기부한 전 고교 대표 선수 14명의 뇌 중에서 단 3명의 뇌에서만 CTE 징후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실 뇌진탕을 더 많이 일으키는건 축구 출처: AdobeStock
사실 뇌진탕을 더 많이 일으키는 건 축구? 출처: AdobeStock

또한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연구진들은 캐나다의 축구 선수 46%가 한 시즌에 한 번쯤 뇌진탕을 겪는다고 밝혔습니다. 미식축구 선수는 34%였습니다.

 

뇌진탕에 대한 잘못된 믿음 

 

뇌진탕을 한 번 경험한 축구 선수와 미식 축구 선수들은 대부분 같은 시즌 동안 두 번째 뇌진탕을 겪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합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뇌진탕에서 회복되기 전에 두 번째 뇌진탕을 겪은 사람들은 CTE로 발전할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라훌 잔디얼은 "무엇보다도 이 병을 '만성' 외상성 뇌 질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다수의 뇌진탕으로 인해 유발된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잔디얼 박사는 매스컴에서 거듭된 뇌진탕으로 인해 영구 장애를 입게 된 프로 운동선수들의 고난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단 한 번'의 뇌진탕으로 뇌에 영구적 손상을 입는 게 아니라는 건데요. 실제로 뇌진탕은 정신 기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며칠, 몇 주 내로 괜찮아 진다고 합니다. 

넘어지며 머리 박았다고 모두 뇌진탕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출처: AdobeStock
넘어지며 머리 박았다고 모두 뇌진탕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출처: AdobeStock

그는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를 통해 뇌진탕에 관한 추가적인 통념들도 바로잡습니다. 만약 누군가 넘어져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혀 이마가 조금 찢어졌다 하더라도 반드시 뇌진탕에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출혈이 있든 없든 이는 뇌진탕 진단과 관련이 없습니다. MRI나 CT 검사를 해봐도 보통 뇌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뇌진탕이면 잠깐 정신을 잃게 된다는 인식도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습니다. 뇌진탕이 발생하는 순간에도 정신이 말짱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잔디얼 박사에 따르면 뇌진탕을 진단하는 기준은 '머리에 충격이 가해진 직후 혹은 몇 시간 안에 정신적 기능 변화가 수반될 경우'라고 하는데요. 어지러움, 착란,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고 두통이 심하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뇌진탕일 경우 말하거나 걷고, 기억하고, 똑바로 사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눈이 갑자기 빛에 민감해지거나 구토를 할 수도 있는데요. 귀에서 이명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뇌진탕을 고려해야 합니다. 

뇌의 경이로움에 빠져보세요~
뇌의 경이로움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라홀 잔디얼 박사가 들려주는 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먹으면 성적이 오를까요? 사람들은 '좌뇌적 혹은 우뇌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뇌 훈련이 가능할까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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