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칼라병은 고추 재배 농가에는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병입니다. 칼라병을 일으키는 토마토 반점위조 바이러스(TSWV)는 2003년에 국내 첫 발생이 보고된 이래 발생이 점차 확산되면서 2015년에는 강화도 및 전남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고추 및 토마토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칼라병은 방제가 어려운 총채벌레에 의해 매개되어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되는 특성이 있어, 특히 시설재배를 하는 농가에서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데요. 다행히 이후 국내에서도 칼라병에 대한 다양한 내병성 고추품종이 개발되어 시판되면서 칼라병에 의한 피해가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칼라병 내병성 고추품종을 재배하는 농가들에서 칼라병 발생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권선정 박사 연구팀은 해당 농가들로부터 감염 시료를 채집하여 분석한 결과, 고추의 칼라병 내병성을 극복하는 변종의 TSWV가 발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칼라병 내병성 극복 변종 TSWV는 이미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발생이 보고되었습니다. TSWV는 세 가닥의 RNA(L, M, S)를 게놈으로 갖는데 S 가닥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칼라병 내병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권선정 박사 연구팀에서는 채집한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 서열을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계통유전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는데요. 그 결과, 국내에서 발생한 내병성 극복 변종 TSWV의 L 가닥과 M 가닥은 국내에서 유래했으나, S 가닥은 내병성 극복 변종 계통의 특성을 보였으며 미국에서 보고된 계통과 가장 높은 유사성을 보임에 따라 국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채집한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에서 시판되는 20여 종의 칼라병 내병성 고추품종에 접종한 결과, 모두 감염되어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서장균 교수는“현재 전 세계적으로 칼라병에 대한 내병성 고추 육종에는 단일 우성 유전자인 Tsw 유전자가 유일하게 이용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내병성 극복 변종 TSWV가 발생해 기존 내병성 품종이 무용해짐에 따라 고추 농가의 피해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며,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 실태 조사와 새로운 내병성 품종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인 Plant Disease 5월 온라인판에 ‘Resistance-breaking tomato spotted wilt virus variant that recently occurred in pepper in South Korea is a genetic reassortant’란 제목으로 게재되어 학술적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