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폐 유전변이 최초 발견
새로운 자폐 유전변이 최초 발견
  • 함예솔
  • 승인 2022.07.19 20:10
  • 조회수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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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IBS 김은준 단장, 분당서울대병원 유희정 교수, KISTI 공동 연구팀이 아시아 최초로 대규모 한국인 자폐증 가족 코호트를 모집하고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유전체 영역인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자폐증 원인의 새로운 이해와 치료 전기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폐증은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이나 이상, 반복적이거나 틀에 박힌 행동 문제가 유아 시절 시작돼 거의 평생 지속되는 뇌 신경 발달장애죠. 질환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데요.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 약제가 전무합니다. 자폐증 원인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자폐증을 앓고 있죠.

 

연구진은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비-부호화 유전체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세계 최초로 한국인 자폐증 샘플로 제작한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증명했는데요. 자폐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로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간 유전체 분야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부호화 영역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발상으로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진은 IBS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2011년부터 현재 3,708명에 달하는 자폐 환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는 813명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림 1)

그림 1. 한국 자폐증 코호트 구축. 전체 코호트 3,708명 중 일부인 813명 데이터가 본 연구에 사용됨. 출처 : KAIST
그림 1. 한국 자폐증 코호트 구축. 전체 코호트 3,708명 중 일부인 813명 데이터가 본 연구에 사용됨. 출처 : KAIST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간 자폐증 유전체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비-부호화 영역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고자, 연구진은 3차원 공간상의 염색질 상호작용(three-dimensional chromatin interaction)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식을 사용했습니다(그림 2).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한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폐 유전자의 기능에 심각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증명했는데요(그림 3).

그림 2. 3차원 염색질 상호작용 모식도. 유전변이가 염색질 상호작용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출처 : KAIST
그림 2. 3차원 염색질 상호작용 모식도. 유전변이가 염색질 상호작용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출처 : KAIST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자 기능 이상.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하여 태아 신경발달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왼쪽 그림), 유전체 조절기능과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오른쪽 그림). 출처 : KAIST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자 기능 이상. 비-부호화 유전변이에 의하여 태아 신경발달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왼쪽 그림), 유전체 조절기능과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오른쪽 그림). 출처 : KAIST

특히, 본 코호트의 한국인 자폐증 가족으로부터 직접 인간 줄기세포를 제작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으며, 이러한 생애 초기 신경 발달단계에서 비-부호화 영역의 유전변이에 의해 최대 500,000 base-pair(유전체 거리 단위) 이상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습니다(그림 4).

비-부호화 유전변이의 자폐 연관성 실험적 증명. 태아 신경세포 재현 (위 그림)과 3차원 염색질 상호작용 분석 (아래 그림)을 통해, 비-부호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규명. 출처 : KAIST
비-부호화 유전변이의 자폐 연관성 실험적 증명. 태아 신경세포 재현 (위 그림)과 3차원 염색질 상호작용 분석 (아래 그림)을 통해, 비-부호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규명. 출처 : KAIST

이번 연구 성과는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비-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경 발달단계 초기부터 질병 발병에 기여한다는 획기적인 자폐증 원인에 대한 발견입니다. 연구팀은 그간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쏠려 있던 정신질환 연구 풍토 속에서, 비-부호화 영역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자폐증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순수 국내의 임상가와 기초과학자, 생물정보학 전문가의 융합연구로 이루어낸 성과이며,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전장-유전체 데이터 기반 코호트 구축과 유전체 분석 모델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대한민국 유전체 연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자폐 유전체 연구는 지난 10년간 북미와 유럽을 위주로 대규모로 진행됐으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진행됐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김일빈 박사는 “신경발달장애 중 자폐증은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유전체 영역의 이상을 한국인 고유의 데이터를 사용해 순수 국내 연구진들의 힘으로 발견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이 연구 성과가 언젠가는 이루어질 자폐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유희정 교수도 “우리나라 연구진의 힘을 모아 자폐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연구에 참여해 준 당사자와 가족들의 헌신으로 이룬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폐증의 발병 기전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아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 유전체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며, 자폐증을 가진 분들과 가족들의 관심도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내용은 국제 정신의학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7월 15일 자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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