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 파월 호수(Lake Powell)의 모습입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수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연히 비교됩니다. 8월 현재 저수 총량의 26% 수준입니다. NASA Earth Observatory가 제공한 사진들을 추가로 살펴볼까요?
8월 22일 기준 파월 호수의 하류에 있는 미드 호수의 저장 용량은 28%였습니다. 미국 가뭄 모니터(U.S. Drought Monitor)의 8월 16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 서부 9개 주에 걸쳐 토지 면적의 약 86%가 일정 수준으로 가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 남서부 지역은 지난 3년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이 지역은 총 20년 동안 서서히 가물어왔습니다. 미 연방수자원관리 당국은 결국 2023년부터 콜로라도 강 유역에 입접한 주에 배분할 물의 양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내무부의 8월 16일 발표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는 내년에 콜로라도 상수원으로부터 21% 더 감축된 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네바다주는 8% 더 적은 수준의 물을 공급받습니다.
파월 호수의 사례는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가 우리 식수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후위기가 '가까운 미래'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은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프랑스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결국 이달 초 100여개의 마을이 물 사용 제한 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남부 지역 9개 도시의 예를 들면 1인당 하루 200리터의 물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식입니다. 프랑스 내 일부 전문가들은 하수 재사용, 바닷물 담수화 작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특히 하수 재사용 비율이 80%가 넘는 이스라엘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평가합니다.
독일과 유럽을 관통하는 라인강 수위는 카우브(Kaub, 프랑크푸르트와 본 중간에 있는 도시)라는 지역 기준 40cm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해운사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독일 공영 ARD와의 인터뷰에서 "예년에 화물 100톤을 수송했다면, 지금은 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30~40톤만 화물선에 싣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500년 만에 찾아온 유럽 최악의 가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럽 영토의 47%가 3단계의 가뭄 경보 중 2단계 수준이며, 17%는 가장 높은 단계의 경고 수준입니다.
유럽 곳곳에서 기근의 돌까지 발견됩니다. 독일어로 훙어슈타이네(Hungersteine)로 불리는 기근의 돌은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해에 강 중심부의 돌무더기나 바위에 당시 연도나 "내가 보이거든 울어라(Wenn du mich siehst, weine)", "소녀여, 울음과 불평을 그치고, 땅이 가물면 그곳에 뿌려라(Mädchen, weine und klage nicht, wenn es trocken ist, spritze das Feld)" 같은 문구를 새겨넣은 것입니다. 기근의 돌은 독일 민족이 거주했던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큼 다가온 기후위기의 영향
EU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가뭄관측소 분석에 따르면 이번 가뭄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름철 열파(heat wave)가 5~7월 동안 유럽 지역에 지속적으로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대기가 순환하지 않았던 거죠.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를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해주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제트기류와 아열대 제트기류가 계절에 맞게 이동하지 못했습니다. 남방의 따뜻한 공기가 적도 방향으로 내려가도록 북극 제트기류가 남하해줬다면 북극의 찬공기가 아래로 내려와 유럽 대륙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줬을 겁니다. 이게 안 된 거죠.
만약 겨울철에 북극 제트기류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온다면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에 그 기간 동안 머물게 됩니다. 엄청난 한파가 오는거죠.
제트기류는 로스비(Rossby) 파로 불리는 특성 때문에 남북으로 구불구불 마치 뱀처럼 흐릅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북극의 찬 공기나 아열대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인구가 밀집한 중위도 지역으로 끌어오게 되는 겁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에서는 원래 제트기류가 뱀처럼 심하게 휘워져 구불거리는 패턴이 아니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구불구불한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공기 파동이 증폭돼 한 곳에 긴 시간 머물면서 열파(heat waves)를 만듭니다. 글로벌 식량 생산의 4분의 1을 맡고 있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유입니다.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모든 멸종은 기후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며 "이미 지구상 6차 대멸종이 시작됐다. 6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인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2도를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래서 1.5도 상승 선에서 기후 위기를 막아보자는 게 국제적 흐름인데 "현 시점에서 1.5도 상승까지는 고작 0.4도밖에 안 남았다며, 현행 상승 속도에 비춰보면 6년 이내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