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투시되는 '원더스코프'
스마트폰으로 투시되는 '원더스코프'
  • 함예솔
  • 승인 2022.09.14 01:54
  • 조회수 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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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모형 투시. 출처: KAIST
인체 모형 투시. 람들이 앉아 있을 때, 걸을 때, 뛸 때 심장 박동의 변화를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원더스코프를 부착해 인체모형 상에서 위치를 파악한다. RFID 태그가 인체모형 위에 붙어 있다. 출처: KAIST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이우훈 교수 연구팀과 전산학부 이기혁 교수 연구팀이 사물 표면에서 그 내부를 투시하게 하는 새로운 증강현실 장치 원더스코프(WonderScope)를 개발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원더스코프를 장착하고 블루투스로 연결한 다음 앱을 켜면 매직 렌즈처럼 전시물 내부를 투시할 수 있습니다.

과학관이나 전시장에서 최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증강현실 앱을 종종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앱은 실제 전시물에 디지털 정보를 추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때 관람객들은 전시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모바일 화면을 바라봐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전시물 자체보다는 화면 속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전시물과 모바일 기기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사이에서의 주의 분산 때문에 되레 증강현실 앱이 전시물로부터 관람객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시물 표면에서 내부를 투시하는 매직 렌즈 증강현실이 필요합니다.

 

아폴로 11호 달 탐사 체험 콘텐츠. 출처: KAIST
아폴로 11호 달 탐사 체험 콘텐츠. 아폴로 11호 달착륙선 모형에 원더스코프를 내장했다. 관람객이 모형을 월면에 부착된 RFID 태그에 가져다 댄 다음 표면을 따라 움직이면 태블릿 화면에 우주인 관점에서의 광경이 표시된다. 달착륙선 모형을 통해 관람객은 몰입감 있게 달탐사 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출처: KAIST

스마트폰은 전시물 표면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통상 스마트폰 위치 파악을 위해 전시물 내부나 외부에 인식 장치를 추가로 설치합니다. 혹은 전시물 표면에 특수 패턴을 인쇄해야 하죠. 이 경우 전시물 외관이 복잡해지고 공간 구성에 많은 제약이 있어 현실적으로 전시물 표면에서의 매직 렌즈 증강현실 구현은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원더스코프는 전시물 표면에서 스마트폰의 위치를 휠씬 실용적인 방법으로 파악합니다. 우선 전시물 표면에 부착된 작은 RFID 태그를 읽어 그 위치를 파악합니다. 두 가지 광학적 변위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기반으로 상대적 이동량을 더함으로써 움직이는 스마트폰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의 높이와 전시물 표면 특성도 감안해 최대한 정확하게 위치를 계산하도록 연구했습니다. 과학관 전시물에 RFID 태그를 부착하거나 내장시키면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매직 렌즈와 같은 증강현실 효과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지하 광물 탐색 콘셉트. 출처: KAIST
지하 광물 탐색 콘셉트. 길을 따라 하며 장난감 트럭을 움직이면 지하 갱도가 보이고 필요한 광물을 수집할 수 있다. 트럭 아래 원더스코프를 붙여 지도상에서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 경우 RFID 태그는 지도 아래쪽에 붙어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출처: KAIST

원더스코프의 폭넓은 활용을 위해 다양한 전시물 표면에서 위치 파악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원더스코프는 두 가지 상호보완적인 특성의 광학 변위 센서 출력과 가속도 센서 출력을 같이 이용했는데요. 종이, 돌, 나무, 플라스틱, 아크릴, 유리 등 다양한 재질은 물론 요철이나 물리적 패턴이 있는 표면에서도 안정적인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과 함께 원더스코프는 표면에서 4cm 정도 떨어진 범위에서도 위치 파악이 가능해 전시물 표면 근처에서의 간단한 3차원 상호작용 구현도 가능합니다.

연구팀은 범용 가상현실(VR) 및 게임 엔진인 유니티(Unity)를 활용해 스마트폰 앱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 프로젝트 탬플릿과 원더스코프 활용지원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원더스코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갖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태블릿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어 전시물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 가능합니다.

 

박물관 전시에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중이다. 원더스코프처럼 증강현실 서비스는 2021년 전 세계 박물관의 34%가 도입했습니다. 출처: 스태티스타
박물관 전시에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중이다. 원더스코프처럼 증강현실 서비스는 2021년 전 세계 박물관의 34%가 도입했습니다. 출처: 스태티스타

박물관 전시에 활용되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은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관람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에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시에 시청각 요소와 증강 현실 등 멀티미디어 기술을 접목하는 움직임이 상당 부분 포착됐습니다.

연구진의 원더스코프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원더스코프는 2020년 10월 27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지질박물관에서 개최된 '그곳에 화산이 있었다' 특별전에 지하 화산활동과 화산암 내부를 관찰하는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2021년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청동거울, 과학을 비추다' 특별전에서는 정문경 표면 관찰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2022년 8월 2일부터 10월 3일까지 '달 탐사 특별전' 에서는 달착륙선 체험 콘텐츠를 전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년간 현장 실증을 통해 원더스코프의 성능과 사용성을 향상했습니다.

 

Digital Creativity 저널 표지에 사용된 사진. 출처: KAIST
Digital Creativity 저널 표지에 사용된 사진. 출처: KAIST

연구팀은 올해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및 상호작용기술 학회인 ACM 시그래프(SIGGRAPH)의 신기술전시회(Emerging Technologies)에서 원더스코프를 데모 전시했습니다. 전 세계 최신 상호작용기술이 소개되는 이 학회에서 연구팀은 우수전시상(Best in show honorable mention)을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원더스코프가 박물관과 같은 전시공간에서 관람객들에게 참여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술이 될 것ˮ이라고 평가했다.

원더스코프는 직경 5cm, 높이 4.5cm의 원통형 앱세서리 모듈로서 그 크기가 충분히 작아 스마트폰에 쉽게 부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전시물 안에 문제없이 내장시킬 수 있죠. 연구책임자인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이우훈 교수는 "원더스코프가 교육은 물론, 상업 전시에서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터랙티브 교구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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