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향해 거대한 소행성이 다가오는 중입니다.
지구로부터 약 1,100만km 떨어진 지점에서 시속 2만2천km의 속도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은 직경 780m의 디디모스(Didymos)와 그 위성 디모르포스(Dimorphos)입니다. 디디모스보다 작지만 직경이 160m나 되는 디모르포스는 아래 사진처럼 그 크기가 로마의 콜로세움과 비슷합니다. 이 정도 소행성 하나가 충돌한다면 지구가 당장 멸망하진 않더라도 어지간한 도시 하나 정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 기후에도 큰 영향을 주겠죠?
이를 NASA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NASA는 지난해 11월 23일 현지 시각 오후 10시 21분에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우주선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를 하늘로 쏘아올렸습니다. 로켓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사용했습니다.
목표는 DART의 이름 중 R에 해당하는 Redirection입니다. 날아오는 소행성의 방향을 바꿔주는 거죠. 그리고 그 역사적인 과업이 다음 주 26일 우주에서 펼쳐집니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6.8마일(약 10.94km) 정도로 근접했을 때 초속 6.6km의 속도로 디모르포스에 DART가 충돌합니다.
사실 ESA에서는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가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을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실험의 목표는 소행성의 궤도를 우주선 충돌로 정말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정말 위험한 소행성이 발견됐을 때를 대비한다는 명분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ESA나 NASA를 비롯한 우주당국은 소행성을 견제하는 모종의 데이터 샘플을 얻게 될 겁니다. 영화 '돈 룩업'에서처럼 인간이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활용할 수 있겠죠.
충돌 장면은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개발한 위성 리샤큐브(LICIACube)가 촬영합니다. 리샤큐브는 충돌 약 10일 전에 DART 우주선에서 빠져나올 예정입니다. 이 위성이 소행성 충돌 당시의 모습과 소행성이 충격을 입는 정도, 파편이 날아가는 방향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게 됩니다.
유럽우주국 ESA는 DART의 후속 임무로 헤라(Hera)를 시작합니다. 2024년 10월 탐사용 우주선을 발사해 2026년 디디모스 궤도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헤라는 디디모스를 관측해 분화구 지형, 소행성의 질량을 비롯한 종합적인 정보를 확보합니다. 특히 이번 DART의 디모르포스 충돌이 디디모스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히 분석하는 게 핵심입니다.
한편, DART의 소행성 충돌 장면은 ESA 홈페이지를 통해 9월 26일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