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정 내 역동적인 분자 구조 변화 포착
단결정 내 역동적인 분자 구조 변화 포착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24.03.27 01:10
  • 조회수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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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분자 세계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이효철 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화학적 단결정 분자 내 구조 변화와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들은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합니다. 하지만 원자는 수 펨토초(1/1,000조 초)에 옹스트롬(1/1억 cm)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여 시간과 공간에 따른 변화를 관측하기 어려웠습니다. 분자에 엑스선을 쏴 회절 신호를 분석하는 엑스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1]의 등장으로 원자의 배열과 움직임을 관찰하는 도구가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주로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 물질에 대한 연구에 집중됐죠. 비(非)단백질의 작은 분자 결정은 엑스선을 흡수하는 단면적이 넓고 생성되는 신호가 약해 분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서 단백질 내 화학반응의 전이상태와 그 반응 경로를 3차원 구조로 실시간 규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최초로 분자 단위 시스템에서 비단백질 분자의 구조 변화를 밝히는 데 성공하면서 분자 동역학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연구진은 수 펨토초의 순간에 변화하는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한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time-resolved serial femtosecond crystallography, TR-SFX)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에서 생성되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2]를 반응 중인 분자에 쏴 얻은 엑스선 회절 신호를 분석해 특정 순간 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방식인데요. 

공동 제1저자인 이윤범 선임연구원은 “방대한 양의 엑스선 회절 신호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라며, “마치 분자의 초고속 변화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험을 위한 시료는 철 포르피린(Fe-porphyrin) 유도체와 지르코늄(Zr) 클러스터가 반복적으로 연결된 금속–유기 골격체에 일산화탄소(CO)가 흡착된 형태의 결정을 선택했습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연결돼 형성된 다공성 물질로, 다양한 구조적 기능, 가스 흡착 및 저장, 촉매활성 등의 특성으로 여러 산업 분야 응용에 주목받는 물질입니다.

 

연구진은 이 시료에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를 쏴 광해리 반응을 유도하고, 이후 펨토초 엑스선 펄스의 회절 신호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광해리 반응으로 인해 철 포르피린에 흡착된 일산화탄소가 떨어져 나오며 세 가지의 주요한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첫째는 5.55 피코초(1/1조 초) 주기로 진동하며, 2.68 피코초로 제동하는 철과 지르코늄 원자들의 집단 결맞음 진동 구조로의 변화입니다. 둘째는 철 포르피린의 철 이온이 포르피린 평면상에서 벗어나며 지르코늄 원자가 진동하는 구조인데요. 두 변화는 모두 200 펨토초 이내에 이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도 증가에 따라 철과 지르코늄 원자들의 무작위 진동 구조도 확인했습니다. 찰나의 순간, 분자의 역동적 구조 변화를 포착한 것입니다.

금속–유기 골격체에 대한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 실험 구성도실험을 위해 금속–유기 골격체에 강렬한 펨토초 자외선 레이저 펄스를 조사해 광해리 반응을 유도했다. 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 시설의 펨토초 엑스선 펄스로 펨토초 및 옹스트롬 시공간 분해능으로 금속–유기 골격체 내의 철 포르피린과 지르코늄 클러스터의 초고속 구조 변화를 직접 시각화할 수 있었다. 광 해리반응 후 금속–유기 골격체의 분자 구조는 시간에 따른 초고속 엑스선 펄스가 만들어내는 엑스선 회절 패턴을 측정함으로써 관찰됐다. 출처 : IBS
금속–유기 골격체에 대한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 실험 구성도실험을 위해 금속–유기 골격체에 강렬한 펨토초 자외선 레이저 펄스를 조사해 광해리 반응을 유도했다. 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 시설의 펨토초 엑스선 펄스로 펨토초 및 옹스트롬 시공간 분해능으로 금속–유기 골격체 내의 철 포르피린과 지르코늄 클러스터의 초고속 구조 변화를 직접 시각화할 수 있었다. 광 해리반응 후 금속–유기 골격체의 분자 구조는 시간에 따른 초고속 엑스선 펄스가 만들어내는 엑스선 회절 패턴을 측정함으로써 관찰됐다. 출처 : IBS

공동 제1저자인 강재동 학생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분자 구조를 정확히 통제해 맞춤형 특성을 가진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는 연구에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촉매, 에너지 저장 및 이산화탄소 포집, 약물 전달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이효철 단장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적극적 지원으로 화학적 단결정 분자의 구조 변화를 최초로 포착할 수 있었다”라며, “분자 단위 화학 시스템 연구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서 시간분해 연속 펨토초 결정학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3월 25일 19시(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 판에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Dynamic 3D structures of a metal–organic framework captured with femtosecond serial crystallography

 

[1] 엑스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 물질에 엑스선을 입사시키면 각각의 원자로부터의 산란파가 서로 간섭 현상을 일으켜 특정한 방향으로 엑스선이 진행하는 회절 현상이 일어난다. 회절파의 강도와 진행 방향이 원자의 종류와 배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회절된 빛을 조사하여 분자의 삼차원 구조를 알 수 있다.

[2] 펨토초 엑스선 펄스(femtosecond x-ray pulse) : 짧은 시간 동안만 빛이 방출되는 형태를 펄스라고 하는데, 엑스선이 펄스의 형태로 생성되고 그 시간 길이가 펨토초(1/1,000조 초) 정도일 때, 펨토초 엑스선 펄스라고 한다. 보통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하여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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