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인공지능이 '판사'까지 위협할까?
미래엔 인공지능이 '판사'까지 위협할까?
  • 이승아
  • 승인 2017.05.05 09:22
  • 조회수 3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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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예측하는 인공지능

 

법적문제나 정책문제를 법원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다룰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리노이 공과대학 법학과 다니엘 카츠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인공지능이 법학자보다 미국 대법원이 내릴 결정을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진행된 연구 외에도 ‘재판관의 행동’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결과를 추측하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에는 컴퓨터가 8명의 재판관이 진행한 1953년부터 2004년까지 판례를 분석해 앞으로의 재판 결과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83%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2004년에 1994년부터 2002년까지의 재판 결과를 분석해 예측한 결과 정확도는 75%였습니다.

인공지능의 끝은 어디일까? 출처 : davidevision/iStockphoto
인공지능의 끝은 어디일까? 출처 : davidevision/iStockphoto

대법원 판결 파악 완료

 

새로운 연구는 더 많은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 대법원의 데이터를 이용해 1791년 자료부터 활용하는 ‘재판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각각의 판결에서 재판관, 재판 기간, 재판에서 다루는 문제 등 판결에 영향을 주는 16개의 특징을 찾아냈습니다.

 

연구진은 1816년부터 2015년까지의 자료를 대상으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랜덤 포레스트’라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연도별 판례의 특징과 대조해본 결과 미리 설정한 ‘특징’과 대법원에서 나온 ‘결정’ 사이에 연관성을 발견했습니다. 즉, 이 알고리즘이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패턴을 습득하고 미래의 결정을 예측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운 것이죠.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약 200년 간의 판결 중 70.2%, 배심원 투표 결과 중 71.9%를 예측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에 2004년에 진행된 연구를 참고하면 법학 전문가들의 판결 예측 성공률은 약 66%였다고 합니다. 표본으로 삼은 판결의 수와 기간을 살펴본다면 다른 연구에 비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판사가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에 포함될까요? 출처 : 포토리아
판사가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에 포함될까요? 출처 : 포토리아

다양한 활용도

 

2004년과 2011년에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자들은 “새로운 알고리즘은 철저하게 잘 진행됐다”, “최신 방법으로 거대한 양의 자료를 잘 분석했다”, “과학적으로 가치있는 연구”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대법원의 판결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업계나 변호사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합니다. 금융업계는 미래의 판결을 예측해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변호사는 이 알고리즘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변인들을 고려해 법원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수월하게 세우기도 할 겁니다.

인간이 어려워 하는 일은 오히려 로봇에게 쉬울 수도 있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인간이 어려워 하는 일은 오히려 로봇에게 쉬울 수도 있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판사가 사라질까?

 

이번 연구를 이끈 일리노이대 다니엘 카츠 교수는 “인공지능이 예측한 결과가 맞는지 기록하며 우리가 느낀 점은 인간에게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았다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카츠 교수는 “전문가, 공중의 의견과 알고리즘을 혼합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알고리즘이 현재의 방법을 ‘대체’하는 것이아니라 ‘상호보완’하는 용도로 가치가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재판관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판사가 사라질까요? 인공지능이 판결을 대신할 거라는 전망은 이 연구 전에도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는 그의 저서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를 통해 인공지능이 직업을 대체할 가능성을 다룬 바 있습니다.

 

인공지능 판사가 인간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실제로 판사들이 배가 고프면 가장 엄격하게 판결을 하고, 외모나 신분에 따라 판결이 좌우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판결은 상호작용의 결과이지 방정식에 변수를 집어넣는 알고리즘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신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판결은 '공정성'이 생명입니다. 과연 인간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하는 인공지능이 더 공정한 판결을 내리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위대하기도,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 연구입니다.

 

DOI: 10.1126/science.aal1138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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