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우주 괴물'과 천문학
신화 속 '우주 괴물'과 천문학
  • 강지희
  • 승인 2017.05.19 11:55
  • 조회수 1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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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신화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는 이색적 신화로 유명합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출처 - Wikipedia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출처 - Wikipedia

 

크툴루 신화는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1937)의 소설을 바탕으로 정리한 신화인데요. 러브크래프트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라는 말과 함께 소설에서 언제나 미지의, 혹은 우주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기로 유명합니다.

 

그가 사망한 뒤에 그의 소설이 알려졌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William Derleth)를 비롯한 한 수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리돼 ‘크툴루 신화’가 되었습니다.

크툴루 신화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크툴루  출처 - Superpower Wiki
크툴루 신화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크툴루 출처 - Superpower Wiki

 

크툴루 신화는 수많은 판타지와 SF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지어 우주적인 공포라는 의미의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 그리고 ‘코스미시즘(Cosmicism)’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릅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살던 20세기에는 수많은 과학 이론들이 발견되고 과학 기술들이 발달했습니다. 모리세 료의 <도해 크툴루 신화>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는 과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특히 우주에 관심이 컸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소년 시절부터 천문학에 흥미를 가졌고 천문학 잡지에 에세이 등을 기고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20세기 당시 천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행성이나 별마다 서식하는 우주적 존재를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하는군요. 함께 보시죠.

 

살아있는 불꽃과 물고기자리

크투가. 출처 - Mythpedia
크투가. 출처 - Mythpedia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크툴루 신화의 고대 존재(Great old one) 중 하나인 크투가와 별자리 물고기자리에 있는 포말하우트(Fomalhaut)입니다. 크투가는 ‘살아있는 불꽃’이라고 불리며 그 이름에 걸맞게 소환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도시 하나를 불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 출처 - Astronomy Magazine
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 출처 - Astronomy Magazine

 

김지현, 김동훈 박사의 책 <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에서는 물고기자리에 있는 포말하우트는 백색을 띠고 있는 별이라고 합니다. 포말하우트를 포함한 백색 별들은 7500~11000K에 이를 정도로 매우 뜨겁습니다. 크툴루 신화에서는 크투가가 이 뜨거운 온도를 가진 포말하우트를 안식처로 삼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죽음을 상징하던 유고스(명왕성)

명왕성 .출처 - Wikipedia
명왕성 .출처 - Wikipedia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명왕성을 미지의 별이라 여기며 명왕성을 모티브로 장문의 시 <유고스에서 온 균사체>를 지어냈습니다. 명왕성이 이런 시에서의 소재가 되기까지에는 두 과학자의 이야기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바로 미국의 두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과 클라이드 톰보입니다.

천문학자 로웰과 톰보 출처 - Wikipedia
천문학자 로웰과 톰보 출처 - Wikipedia

이안 해리슨의 책 <마지막에 대한 백과사전>에 따르면 1915년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이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치를 토대로 하여 9번째 행성의 위치를 추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웰은 끝내 그 행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블링크 콤퍼레이터’라는 장치를 고안한 뒤, 마침내 명왕성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유고스의 균사체 '미고' 출처 - Pathfinder Wiki
유고스의 균사체 '미고' 출처 - Pathfinder Wiki

박석재의 책 <하늘을 잊은 하늘의 자손>에서는 톰보의 명왕성 발견을 망자 로웰의 한을 풀어준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명왕성의 ‘명(冥)’은 지옥을 의미하고 영어 이름도 저승의 신을 의미하는 ‘Pluto’를 부여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이름에 걸맞게 러브크래프트는 그의 시 <유고스에서 온 균사체>에서 이런 미지의 별이 가상의 금단 서적 <네크로노미콘>에서 ‘암흑성 유고스(Yuggoth)’라는 이름으로 언급하며 균류생물 ‘미고(Mi-go)’가 이 별을 전선기지로 활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암흑물질과 신화

암흑물질 상상도. 출처 - 핀터레스트
암흑물질 상상도. 출처 - 핀터레스트

러브크래프트는 그의 이야기에서 우주의 ‘암흑물질’이라는 소재를 풀어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광식 박사의 책 <천문학 콘서트>에 따르면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은 1933년 스위스의 물리학자 프란츠 츠비키가 발표했다고 합니다.

암흑물질의 중력렌즈 효과. 출처 - Sciencegood
암흑물질의 중력렌즈 효과. 출처 - Sciencegood

그는 우주에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괴짜라 천문학계에서 소외를 받던 츠비키의 주장은 무시를 받기 일쑤였죠. 하지만 1962년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중력 렌즈 실험을 통해 암흑물질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광식 박사는 책 <천문학 콘서트>를 통해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나 별 등의 물질은 단 4%에 불과하며, 나머지 96%는 암흑물질(23%)과 암흑 에너지(73%)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팬아트. 출처 :이글루스 블로그 : 엘다르의 끝나지 않는 노래
러브크래프트 팬아트. 출처 :이글루스 블로그 : 엘다르의 끝나지 않는 노래

홈페이지 <Lovecraft fiction>의 기사 <Exploration of the Lovecraftian Universe with the Use of Modern Physics: Mi-Go!>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고스(명왕성)의 균사체 미고는 우주의 일부와 완전히 다른 우주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의 물질로 구성될 수 있어 시공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다른 형태의 물질은 어쩌면 암흑 물질을 상징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러브크래프트 연구가들은 추측합니다.

 

주니어 필진 강지희

전 이웃집대학생 기자단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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