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종호 박사팀은 안전성평가연구소와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연구진이 공동으로 실험용 쥐를 분석한 결과 폐에 축적된 가습기 살균제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5%가 간으로도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체내에서 이동하는 형태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참고로 PHMG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흡입할 경우 심각한 폐 섬유화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물질입니다.
기존 방법으로는 체내로 흡입된 PHMG의 움직임과 상태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의한 체내 안전성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PHMG의 이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먼저 PHMG에 체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미량의 방사성동위원소(Indium-111)를 표시 한 후, 첨단방사선연구소 구축된 연구장비를 활용해 공기 중에 액체나 기체로 분산된 에어로졸 형태로 실험용 쥐에 흡입시켰습니다.
이후 실험용 쥐의 장기에 존재하는 PHMG를 주기적으로 측정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24시간이 지나도 폐에는 많은 양의 PHMG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하얀 점들이 보이죠.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일주일이 지나도 약 70% 이상이 폐에 남아 있었고 몸 밖으로 배출 속도도 느렸다고 합니다. 폐에 축적된 PHMG 중 5%는 간으로도 이동했는데 이는 다른 장기에도 PHMG가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결과는 환경공학 분야 학술지 <Chemosphere>에 개제됐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정병엽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는 미세먼지, 라돈, 생활화학제품 등 다양한 물질들의 유해성과 체내 분포 연구에 폭넓게 활용됨으로써 보건의학 분야 연구와 생활제품의 안전 기준 강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