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다른 종인데 비슷해? '수렴진화'
완전 다른 종인데 비슷해? '수렴진화'
  • 강지희
  • 승인 2018.08.08 22:45
  • 조회수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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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외계인을 그려 보라고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리실 건가요? 큰 눈과 머리를 가졌지만 몸의 형태와 팔다리는 인간과 유사하게? 수십개의 촉수가 달린 문어같은 모습으로? 아니면 거대한 거미를 닮은, 혹은 곤충과 비슷한 괴물로?

 

사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외계인들의 모습은 지구에 사는 생물과 꽤 유사한 형태를 가졌습니다. 거의 대부분 인간의 것과 유사한 눈을 가지고 있고, 지구에 사는 생물인 문어처럼 촉수를 가지거나 심지어는 팔다리를 가지는 경우도 있죠. 더 나아가서 <세일러문>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인 소녀들은 전부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진화해 온 생물들이 지구의 생물과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원 자체가 다른 생물들이 진화 과정에서 비슷한 형태나 기능을 가지는 경우는 지구상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 '수렴진화'라고 합니다.

 

여러가지 외계인들의 모습. 인간이 상상한 모습인만큼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과 유사한 형태를 가진다.(출처: pixabay,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17210911)
인간이 상상한 외계인의 모습들. 출처: pixabay 등

수렴진화의 대표적인 예시는 수생 표유류인 고래와 다른 어류들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입니다. Reidenberg의 "Anatomical adaptations of aquatic mammals"에 따르면 고래는 다른 어류들과 달리 육상 포유류라는 완전히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육상에서 살던 고래의 조상이 점점 수생 생활을 선택하게 되면서 물 속에서 사는 것에 순차적으로 적응한 결과물이 바로 고래이지요.

 

그런데 고래는 다른 어류들처럼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수영하기 좋은 유선형 몸이죠. 물론 아가미로 숨을 쉬지 못해서 숨을 쉬기 위해서는 물 위로 올라와야 합니다. 지느러미뼈에 손가락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차이점도 존재하지요.

 

고래와 물고기는 여러 가지 유사점을 가지고 있죠!(출처: pixabay)
고래와 물고기는 여러 유사점을 가집니다. 출처: pixabay

고래와 물고기 말고도 공룡이 멸종한 후 서로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포유류에서도 몇 가지 유사점이 발견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 <눈먼 시계공>에 따르면 오세아니아 지역에 살았다가 멸종된 테즈메니아주머니늑대는 전체적인 모습이 개와 매우 유사했었습니다.

 

개와 테즈메니아주머니늑대의 모습입니다. 유사점이 상당히 많죠? 물론 둘은 완전히 다른 생물입니다! (출처: pixabay, (Series relates to Australian Information Bureau and successor agencies) -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
테즈메니아주머니늑대와 개. 둘은 완전히 다른 생물. 출처: pixabay, National Archives of Australia

또한, 개와 마찬가지로 육식동물이었고 개과 동물 중 하나인 코요테처럼 밤에 사냥을 하며 거의 단독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습도 비슷하고 생활 형태도 비슷한 개과 동물과 주머니 늑대는 얼마나 유전적으로 관련이 있을까요?

 

사실 주머니늑대는 포유강 식육목에 속하는 태반류인 개과 동물들과는 달리 같은 포유강이지만 주머니고양이목에 속하는 유대류입니다. 포유류라는 것 빼고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지요.

 

비스카차와 우는토끼, 흔히 알고 있는 토끼와 쥐의 모습입니다. 어떤 생물이 토끼목이고 어떤 생물이 설치류일까요? (출처: pixabay-쥐, 토끼사진, ほくなん(위키백과)-우는토끼 사진,  Diego Delso(위키백과)-비스카차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비스카차와 우는토끼, 흔히 알고 있는 쥐와 토끼의 모습입니다. 어떤 생물이 토끼목이고 어떤 생물이 설치류일까요? 출처: pixabay-쥐, 토끼사진, ほくなん(위키백과)-우는토끼 사진, Diego Delso(위키백과)-비스카차 사진)

작고 귀여운, 어떻게 보면 쥐나 햄스터를 많이 닮은 듯한 사진 맨 윗줄 두 번째 동물은 , Wilson의 'Mammal specis of the world'에 따르면사실 토끼의 일종입니다. 이름부터 '우는토끼'인데다가 분류도 토끼목으로 분류되지요. 쥐는 설치목입니다. 한편 비스카차라는 토끼를 닮은 쥐도 존재합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수렴진화의 예시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으로 식충식물이 있습니다. Katherine Rowland의 논문 <Hungry plant traps worms underground>에 따르면 식충식물은 토양에 부족한 양분은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보충한다고 합니다. 양분이 부족한 토양이라도 곤충의 개채수는 많았는지 유연관계가 먼 식물들이더라도 독자적으로 곤충을 잡아먹는 방법을 진화시켰다고 합니다. 물론 곤충의 종류와 개채수는 동물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렴진화, 왜 일어날까?

 

그렇다면 이러한 수렴진화는 왜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요? 역시 리처드 도킨스의 책 <눈먼 시계공>에 따르면 사실 진화라는 것 자체가 생물이 자연적으로 변화를 축적해서 결국엔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물은 자연선택을 해 변화합니다. 이 자연선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환경 조건입니다. 환경은 생물이 직접적으로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생명체는 환경을 따라갈 수밖에 없죠.

 

그 과정에서 생물은 특정 환경에서 적응하기 좋은 기관들을 발달시키게 되고, 환경 조건이 비슷한 경우에는 그 적응하기 좋은 기관의 형태가 겹치는 경우가 꽤 자주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생명체들이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기관들을 발달시키는 수렴진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굳이 수렴진화처럼 전체적인 모습이 유사하지 않더라도 박쥐와 새의 날개처럼 기원은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관인 상사기관을 가지게 될 수도 있지요. 지구에 아무리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다 비슷한가 봅니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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