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면 술 마신 뒤 더 불안해
내성적이면 술 마신 뒤 더 불안해
  • 이상진
  • 승인 2019.01.09 06:00
  • 조회수 6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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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하지만 꼭 오늘밤엔 해야 할 말이 있어
약한 모습 미안해도 술김에 하는 말이라 생각지는 마
언제나 네 앞에 서면 준비했었던 말도
왜 난 반대로 말해놓고 돌아서 후회하는지
이젠 고백할게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 취중진담, <전람회>

 

용기 내어 고백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죠. 출처: pixabay

사랑 고백처럼 중요한 일을 앞둔 당신. 밀려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술의 힘을 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왕왕 있죠. 하지만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음주를 하는 내성적인 사람은 음주 다음날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정신약리학과 심리학 등 공동 연구팀은 술을 마신 뒤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성적인 사람이 행자이어티(Hangxiety)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Hangxiety'는 숙취를 뜻하는 'Hangover'와 불안이라는 뜻의 'Anxiety'의 합성어로, 숙취로 야기되는 심리적 불안감을 말합니다.

 

내성적인 사람, 불안감을 술로 다스렸다간 역효과

 

엑시터대학교 연구팀은 내성적이고 낯선 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18~53세 사이의 남성 35명과 여성 62명이었어요. 연구팀은 대인기피증이 심한 사람들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A그룹에는 47명이, B그룹에는 50명이 속했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의 집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갖도록 했습니다. 97명의 실험 참가자 모두가 자신의 집에서 각자의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것이죠.

 

실험 참가자들은 연구팀과 함께 모임을 가졌습니다. 출처: pixabay

모임에는 연구팀도 참석했습니다. 연구팀에 속한 낯선 이들이 실험 참가자와 함께 파티를 즐겼는데요. 단 A그룹은 모임에서 술을 마시지 않도록 했고, B그룹은 평소대로 술을 마시게 했죠.

 

연구팀은 내성적인 사람이 사회공포증에 취약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크게 당황한 경험이나 바보스럽게 보일 것 같은 사회적 불안감을 경험한 후에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면서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적 질환을 말하는데요.

 

사회공포증은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복합돼 발생한다고 해요.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공포증 환자의 1/3 정도가 우울증을 동시에 앓고, 알코올 남용 등의 문제도 흔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기초로 사회공포증과 행자이어티, 알코올 남용 등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 보고 모임 전과 후 실험 참가자의 내성적인 성향과 사회공포증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술을 마시지 않았던 그룹은 내성적인 성향과 사회공포증 정도에서 모임 전과 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셨던 그룹은 내성적인 성향이 높을수록 술을 마시면서 낯선 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하게 느껴졌다고 해요.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는데요. 내성적인 성격일수록 술을 마신 다음 날 사회공포증 수준이 높아졌어요. 또 그 결과로 행자이어티에 더 크게 시달렸습니다. 

 
술로 불안증 극복하려다가 알코올 장애 위험

 

내 거친 생각과~ 딸꾹! 출처: pixabay

연구팀은 모임 이후 높은 '행자이어티'에 시달린 내성적인 성향의 실험 참가자일수록 알코올 사용 장애를 진단하는 AUDIT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지나친 음주로 신체적·사회적·정신적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엑시터대학교 정신약리학과의 세실리아 모건 교수는 "내성적인 성향일수록 모임에서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왔던 사실이지만, 우리의 연구는 그 다음 날의 반등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또 "내성적인 성격과 행자이어티, 그리고 알코올 사용 장애 등이 연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고자료##


Beth Marsh, Molly Carlyle, Emily Carter, Paige Hughes, Sarah McGahey, Will Lawn, Tobias Stevens, Amy McAndrew, Celia J.A. Morgan, Shyness, alcohol use disorders and ‘hangxiety’: A naturalistic study of social drinker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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