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지구의 빙하는 얼마나 사라졌을까요? 최근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진은 NASA의 최첨단 지구 관측 레이저 장비를 사용해 16년 동안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정확하게 측정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줄어드는 빙상과 남극 대륙에서의 빙하 손실이 2003년 이후 14mm상승한 해수면의 원인이라는 걸 밝혀냈습니다. 이는 전 세계 해양에서 관측된 전체 해수면 상승량의 3분의 1에 약간 못 미치지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주에서 보니 잘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18년 발사된 NASA의 ICESat-2(Cloud and land Elevation Satellite 2) 덕분에 나왔습니다. 이 위성들은 지구의 얼어붙은 지역을 포함한 상세한 전지구적 고도를 측정하기 위해 발사됐습니다. 연구자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본래 ICESat이 측정한 데이터와 최근 수집된 데이터를 비교해 빙상 변화의 복잡성과 그린란드, 남극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까지 종합젹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빙하가 연간 평균 200기가톤(gigatons)의 빙하를 잃었습니다. 남극 대륙에서 빙하는 연간 평균 118기가톤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참고로 1기가톤의 얼음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40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300m, 두께의 얼음으로 덮을 정도죠.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워싱턴대학교의 빙하학자 Ben Smith는 "만약 여러분이 빙하나 빙상을 한 달 혹은 1년 동안 본다면 기후가 이 빙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별로 알지 못할 것"라며 "우리는 이제 ICESat과 ICESat-2 사이의 16년 간의 세월이 있고, 빙하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변화가 기후의 장기적인 변화와 관련있다는 걸 훨씬 더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합니다.
참고로 ICESat-2의 레이저 고도계(laser altimeter)는 1초에 1만개의 빛의 파동(광 펄스, pulse of light)를 지표로 보내고 10억분의 1초내로 위성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이 장치는 펄스의 반복 주파수인 펄스레이트(pulse rate)를 통해 빙상 위에 촘촘한 지도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높은 정밀도는 과학자들이 1년에 빙붕이 1인치 이내로 얼마나 변화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연구원들은 이전의 ICESat 측정치를 추정하고 2019년부터 ICESat-2 측정 트랙을 겹쳐 두 데이터 세트가 교차하는 수천만개의 지점에서 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고도의 변화를 알아냈는데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빙하가 사라졌는지 알기 위해서 연구원들은 체적의 변화를 질량 변화로 바꿔주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이 모델은 총 질량 손실을 계산할 수 있도록 빙붕 전체의 밀도를 계산했는대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ICESat-2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인 Tom Neumann은 "육빙(land ice)에 대한 연구는 개별 빙하와 빙붕의 변화에 대한 세부사항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극 대륙의 경우 상세하게 측정해본 결과 강설량이 증가함에 따라 내륙 일부에서 빙하는 오히려 두꺼워지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대륙의 가장자리, 특히 서남극과 남극반도에서 발생하는 빙하 손실이 내륙의 어떠한 증가보다도 훨씬 더 컸습니다. 참고로 이 곳은 우리의 남극 세종기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서 빙하의 손실이 큰 이유는 해양 온난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 그린란드에서도 해안의 빙하가 상당히 얇아졌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그린란드 캉컬루수아크(Kangerlussuaq)와 야콥쇼벤(Jakobshavn) 빙하는 연간 4~6m의 고도를 잃었고 빙하 분지에서는 각각 연간 16기가톤과 22기가톤을 잃었다고 합니다. 더 따뜻했던 여름철 온도는 빙상과 빙하 표면을 녹였고 일부 분지에서는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을 침식시켰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빙하학자 Alex Gardner는 "이번 분석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빙상의 반응이 전례없이 상세하게 드러났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빙상이 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흐르는 걸 막아주는 지지대
이번 연구에서는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로 발견되는 빙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육지를 뒤덮고 있는 두꺼운 빙하는 자체의 무게 때문에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바다로 흘러든 빙하가 녹지 않고 깊은 바다 쪽으로 뻗어 나간다면 빙하는 바다에 둥둥 떠 있게 될 겁니다. 이를 '빙붕(ice shelf)'이라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빙하학자 Helen Amanda Fricker는 "조류에 따라 함께 오르내리는 빙붕을 측정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일부 빙붕은 거친 표면과 크레바스 등과 함께 굴곡이 있는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지만 ICESat-2의 정밀도와 고해상도 덕분에 연구자들은 빙붕의 전반적인 변화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레이저 고도계(laser altimeter)를 이용해 남극대륙의 빙붕과 빙상을 동시에 측정한 최초의 연구라고 하는데요. 빙붕(ice shelves)이 녹는다고 해수면이 높아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떠 있기 때문인데요. 가득 찬 물컵에 담긴 얼음 덩어리를 생각해보세요. 얼음덩어리가 녹는다고 유리컵이 넘치지 않습니다. 같은 질량에서 얼음의 부피는 물보다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빙붕의 역할입니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빠르게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준다는 겁니다. 빙붕은 또한 남극대륙으로 접근하는 따뜻한 물의 흐름을 막아줍니다. 다시 말해 빙붕은 빙하의 버팀목으로써 해수면의 상승을 억제해왔습니다. 따라서 빙붕은 건물을 지탱하는 건축물 지지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빙붕이 빙상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빙붕이 얇아지거나 떨어져나간다면 지지할 힘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에 빙하의 흐름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서남극대륙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빙하가 많은 서남극의 빙붕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서남극대륙의 빙붕이 얇아지는 패턴은 스웨이츠(Thwaites) 빙하와 Crosson 빙붕이 각각 연평균 5m, 3m로 가장 많이 얇아진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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