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은 어디일까요? <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된 블랙홀은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것보다 태양계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고 하는데요. 지구에서 불과 10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새롭게 발견된 블랙홀의 위치는 망원경 없이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반구의 별자리 중 하나인 망원경 자리(constellation of Telescopium) 근처에 있습니다. 이 블랙홀은 육안으로 관찰될 만큼 충분히 밝은 두 개의 동반성(companion stars)이 있는 시스템에 속해 있는데요. 다만,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 빛 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 자체를 볼 순 없습니다.
참고로 블랙홀은 종종 쌍성계(binary system)에서 존재하는데요. 쌍성계란 두 개 이상의 별들이 쌍방의 인력에 따라 공통 무게 중심 주위를 일정한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 천체를 일컫습니다. 쌍성 중 무겁고 밝은 별을 주성, 가볍고 어두운 별을 동반성이라 부릅니다. 그 별 중 하나가 죽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됐더라도 또 다른 별은 여전히 죽은 별의 궤도를 머무는 특징을 보이죠.
블랙홀을 발견한건 유럽남방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O)와 다른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었는데요. 이 블랙홀은 삼중계(triple system)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ESO의 라 실라 천문대(La Silla Observatory)에서 MPG/ESO 2.2m망원경을 이용해 쌍성계(binary star system) 혹은 거대한 질량의 천체를 중심으로 도는 두 개의 항성을 연구하다가 이 블랙홀을 발견했습니다. 즉, 두 개의 동반성(companion stars)을 추적해 보이지 않는 천체에 대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죠. 연구진이 발견한 쌍성계는 HR 6819라고 알려진 곳이었는데요. 연구팀이 이 쌍성계에서 관찰한 걸 분석했을 때 이 곳에 숨겨진 제3의 천체(블랙홀)가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록 천문학자들은 이 블랙홀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었지만 그 블랙홀의 존재를 시스템 내의 다른 두 항성과 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몇 달 동안 이 시스템을 관찰하면서 이 항성들의 궤도를 상세히 알아낼 수 있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천체가 이 시스템에서 작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아냅니다. 관측 결과 두 항성 중 하나의 항성은 40일마다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공전하는 반면 다른 항성은 블랙홀로부터 훨씬 더 먼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은하에는 더 많은 블랙홀이 숨어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블랙홀은 항성질량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로 질량이 태양의 4배 정도라고 합니다. 항성질량블랙홀은 별이 일생을 마치고 죽었을 때 붕괴되며 만들어지는데요. 일반적으로 태양질량의 5~30배에 해당합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유럽남방천문대(ESO)의 과학자 Thomas Rivinius는 성명서에서 "태양의 최소 4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보이지 않는 천체는 블랙홀일 수밖에 없다"며 "이 시스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HR 6819의 블랙홀 이후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블랙홀은 외뿔소자리(constellation Monoceros)에 있는 블랙홀로, 지구로부터 약 3000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블랙홀들이 지구와 더 가까운 곳에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만 수백만개의 블랙홀이 있다고 추정하는데요.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우리은하에서 수십 개의 블랙홀을 발견했는데요. 발견된 거의 대부분의 블랙홀 그들의 주변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강력한 X-선을 방출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는 더 많은 별들이 그들의 일생을 마감하며 블랙홀로 붕괴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HR 6819의 블랙홀은 우리 은하에서 최초로 발견된 항성질량블랙홀입니다. 이 블랙홀은 동반성과 격렬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밝은 X-선을 방출하지는 않지만 이처럼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발견은 우리은하에 숨겨져 있을 더 많은 블랙홀들이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Thomas Rivinius는 "수억개의 블랙홀이 우주에 있을 텐데 우리는 극소수 정도만 알고 있다"며 "무엇을 찾아야 할지 아는 것은 우리가 이러한 천체를 찾을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게 한다"고 말합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향후 더 많은, 이와 유사한 블랙홀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홀 육안으로 어떻게 찾나?
연구진 역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블랙홀을 가진 최초의 항성계란 사실에 매우 흥분했는데요. 이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는 별을 보려면 남반구로 향해야하는데요. 남반구의 밤하늘에서 쌍안경이나 망원경 없이도 HR 6819 시스템의 별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쌍성계를 이루는 두 별은 하나로 보이는데요. 공작자리(Pavo)의 가장자리 부근의 망원경 자리에서겉보기등급(Apparent magnitude) 5등급 정도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는 전구 2.5개 밝기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겉보기 등급에서는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밝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천체의 겉보기 등급은 6.5라고 합니다. 따라서 5등급으로 보이는 HR 6819 시스템의 별들을 보려면 눈을 크게 떠야 겨우 보일 정도긴 하겠네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