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는 '역사의 아버지'로 불렸는데요. 그의 저서 <역사(The Histories)>는 세상에 대한 놀라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과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아프리카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헤로도토스는 약 600B 경, 이집트의 네코 2세(Neco II)가 아프리카 대륙을 항해하기 위해 파견한 페니키아(Phoenician)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홍해를 시작으로 시계 방향으로 이어나갑니다. 이 항해는 몇 년이 걸렸습니다. 아프리카 남쪽 끝을 돌아 서쪽 진로를 따라 항해한 선원들은 태양이 북쪽 수평선 위로 오른쪽에 있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이 관찰은 지구가 구형이며 남반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저서에는 이 밖에도 고대 세계의 천문학적 지식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우주과학과 박사 후 연구원인 Gareth Dorrian와 노팅엄트렌트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의 물리학 교수인 Ian Whittaker이 <The Conversation>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이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된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이 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에 사람들은 이러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몰랐을 테지만 말이죠. 고대인들은 단순히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들에 의존해 향후 몇 세기에 걸쳐 발생할 지식의 진보를 향한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돈다
몇 세기 후 인류는 많은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사모아의 아리스타르코스(BC 310~230)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동설의 선구자였죠. 그는 당시 알려진 모든 행성들을 태양 주위에 정확한 거리 순서로 배치했다고 합니다. 해와 달의 반지름과 지구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기도 했습니다.
불행히도 그가 이런 주장을 했던 원문은 역사적으로 사라졌습니다. 그가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아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지구나 달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태양이 태양계의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고 짐작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동설은 16세기에 이르러 폴란드 출신의 천문학자였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란 책을 내기 전까진 세상으로부터 잊힌 상태였습니다.
달의 크기는 얼마일까?!
아리스타르코스가 남긴 책 중 하나는 태양과 달의 크기, 그리고 거리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이 놀라운 논문에서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과 달까지의 상대적 크기와 거리에 대해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계산을 제시합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달은 보이는 크기가 비슷한데요. 태양은 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관찰돼 왔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달이 지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태양 앞을 지날 때 발생하는 일식 현상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는데요. 아리스타르코스는 달이 상현달이나 하현달이 되는 순간 태양과 지구, 달이 직각 삼각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몇 세기 전에 삼각형의 옆면 길이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밝혀냈는데요. 아리스타르코스는 이 삼각형을 이용해 지구에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가 달 까지의 거리보다 18~20배 정도 더 멀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는 또한 월식의 시기를 바탕으로 달의 크기가 대략 지구의 3분의 1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아리스타르쿠스는 일년에 평균 두 번 정도 보름달의 표면이 최대 두 시간 동안 어두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달은 지구의 그림자를 지나쳐가는데요. 이 때문에 월식은 보름달일 때에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의 위치로 배열될 시기이기 때문이죠.
물론 태양과의 거리 추정치는 너무 낮았지만(실제로는 390배), 당시 망원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는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으로도 놀라운 발견이죠.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지구와 달 크기의 비율 값은 놀랍게도 정확하다고 합니다. 달의 지름은 지구의 0.27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남긴 레이저반사경(laser reflector), 레이더, 정밀 망원경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지구의 둘레를 재다
기원전 BC 276~195에 활동했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그리스의 수학자, 천문학자이자 지리학자인데요. 그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사서장이었으며 열렬한 실험주의자였습니다. 그의 많은 업적 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지구 둘레를 계산한 일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지구의 크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구체 지구의 가장 초창기의 지지자로 간주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유명하지만 간단히 지구 둘레를 구하는 방법은 각기 다른 위도에서, 하지의 정오에, 땅에 수직으로 꽂힌 막대기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양은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에 아리스타르코스가 보여준 것처럼 태양빛은 지구에 평행하게 도달합니다. 그래서 그림자의 차이는 지구의 표면이 얼마나 휘어져 있는지 알려줍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가 약 40,000km라는 근사치를 얻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측지학을 통해 구한 지구의 둘레와 거의 유사했습니다.
이후 BC 135~51에 활동한 포시도니우스(Posidonius)라는 또 다른 과학자는 약간 다른 방법을 사용해 거의 정확한 지구 둘레를 구하게 됩니다. 포시도니우스는 그의 일생 대부분을 로도스 섬(Rhodes)에서 살았는데요. 용골자리의 일등성인 카노푸스(Canopus)가 지평선에 매우 가까이 놓여 있을 것이란 것을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이 별을 보면 카노푸스는 지평선 위 약 7.5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7.5도가 원의 1/48이란 점을 감안해볼 때 로도스로부터 알렉산드리아까지의 거리를 48배로 늘렸고 약 4만km라는 추정치에 도달했습니다.
최초의 천문 계산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계식 계산기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고대 컴퓨터인 '안티키테라메커니즘(Antikythera Mechanism)'입니다. 이 놀라운 장치는 1900년 그리스령인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의 고대 난파선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장치는 오래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있지만 손상되지 않았다면 수십 개의 정교하게 가공된 청동으로 만든 톱니바퀴가 들어있는 상자로 나타났을 겁니다. 손잡이를 돌려 수동으로 회전시키면 이 톱니바퀴 장치는 달의 위상, 월식 시기, 그리고 당시 알려졌던 5개의 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위치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역행운동까지 설명해줬는데요.
누가 만들었느지 알 수 없지만, 기원전 4세기에서 1세기 사이의 어느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어쩌면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안티키테라메커니즘의 정교함을 갖춘 기술은 이후 천년 동안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앞에서 언급한 그리스 과학자들의 작품들은 대부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만약, 이 고대의 과학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됐다면 우리의 문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참고자료##
Gareth Dorrian, Ian Whittaker, “Four amazing astronomical discoveries from ancient Greece”, The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