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겪었던 병원균을 기억하고 재차 이 병원균에 노출시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도록 돕는 기억세포. 그런데 병원균을 만나지 않고도 기억세포를 미리 만드는 강력한 면역세포의 발생과정이 밝혀졌습니다. 폐, 장, 피부 등 병원균과의 접촉이 빈번한 곳에서 생체방어를 담당하는 이 세포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는 면역 저하로 인한 각종 감염질환이나 악성종양 등을 극복할 기초자료가 될 전망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이유정, 김상욱 교수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종경 교수 연구팀 주도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세의료원이 공동으로 새로운 면역 T 세포의 발달 과정을 규명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선천성 T세포, 발달 과정에 주목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의 병원균과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면역 T 세포는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아형(subtype)이 존재합니다.
최근 밝혀진 '선천성 T 세포(innate T cell)'는 병원균을 만나지 않은 발달 단계부터 활성화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전체 T 세포의 20-30%를 차지하나 그 생성 과정이나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사람과 생쥐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세 가지 선천성 T 세포인 자연살해 T 세포, 감마델타 T 세포, MAIT 세포의 발달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발달 체계와 기능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 세포가 사실은 각각의 전구체로부터 동일한 발달 경로를 공유하며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4, 인터류킨-17 등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기능성 아형들로 분화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선천성 T 세포'의 아형 구성을 살펴보면 생쥐에는 자연살해 T세포가 많지만 사람에게는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많습니다. 때문에 생쥐에서는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자연살해 T세포의 강력한 항암, 항바이러스 효능이 검증되었지만 자연살해 T 세포가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에게 많은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생쥐의 자연살해 T세포에 기능적으로 상응하는 세포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향후 사람에서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MAIT,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생쥐에서처럼 항암, 항바이러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