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 호', 13일의 금요일에 눈 뜨다
'뉴호라이즌스 호', 13일의 금요일에 눈 뜨다
  • 함예솔
  • 승인 2022.03.09 13:00
  • 조회수 67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주선 시스템에 전원을 켜는 날이 13일의 금요일입니다. 그 날짜가 꺼려지지는 않습니까?” 


“이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아폴로 13호와 관련된 어렸을 때의 기억이었다. 당시 어떤 사람들은 그 우주선에 13이라는 번호를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거나 휴스턴 시간으로 13시 13분에 발사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과학자임을 되새겼다. 13일의 금요일 미신은 철저히 비이성적이었다” 


-책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中 

유독 13이 많이 들어갔던 우주탐사, 불운의 시작은 정말 13 때문이었을까? 출처: NASA
유독 13이 많이 들어갔던 우주탐사, 불운의 시작은 정말 13 때문이었을까? 출처: NASA

NASA의 세 번째 달 착륙 우주선인 아폴로 13호 미션은 1970년 4월 11일 휴스턴 시간으로 13시 13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서양문화에서 ‘13’은 불행의 숫자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아폴로 13호 임무를 수행하던 프레드 하이즈(Fred Haise)는 병원균에 감염돼 사령선 조종사는 마지막에 잭 스와이거트(Jack Swigert)로 교체됐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발사된 아폴로 13호는 비행 55시간 만에 산소 탱크가 터지는 사고를 겪게 되는데요. 승무원들은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달착륙선을 구명선으로 사용해 가까스로 지구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아폴로 13호가 달에 착륙하지 못한 채 '성공적인 실패'를 하게 된 것을 '13 공포증'과 연관짓곤 했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은 정말 불운한 날일까?!

 

13일의 금요일은 정말 불운한 날일까요?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Yougov)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 중 약 11%는 실제로 13일의 금요일이 불행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서양에는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Triskaidekaphobia)'란 말이 존재합니다. 이는 숫자 13에 대한 공포증을 이르는 말이죠. 

최후의 만찬. 출처: Wikimedia Commons
최후의 만찬. 출처: Wikimedia Commons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오명은 아마도 두 개의 다른 미신이 합쳐진데서 비롯된 듯 합니다. 불가사의한 미신, 유사과학 주제가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고 있는 머독대학교(Murdoch University) 박사과정학생인 Kylie Sturgess이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13일의 금요일의 기원은 기독교 전통에서 예수의 죽음과 관련있는 듯 보입니다. 금요일에 13명이 참석한 최후의 만찬 이후 예수의 죽음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또 다른 미신으로는 게르만족 신화를 들 수 있는데요. 로키 신은 12명의 신들이 앉아있는 저녁 만찬에 나타나 자신을 테이블에서 추방된 13번째 사람으로 만들었고, 다른 손님을 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르만족 신화 속 로키. 출처: Wikimedia Commons
게르만족 신화 속 로키. 출처: Wikimedia Common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13일의 금요일날 핀란드 여성 운전자들에게 사고가 소폭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불운 때문이 아닌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이날 사고 증가의 일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미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운전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뉴호라이즌스 호, 13일의 금요일에 임무 시작

 

2015년 7월 14일,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는 10여년 간의 비행을 마치고 한때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던 명왕성에 도착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탐사 미션을 이끈 수석 조사관이자 행성과학자인 앨런 스턴(Alan Stern)은 1980년대부터 명왕성 탐사를 계획하며 꿈꿨는데요. 그의 26년간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 호' 출처: NASA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 호' 출처: NASA

뉴호라이즌스 호 임무가 시작된건 2006년 1월 13일 금요일이었는데요. 드디어 뉴호라이즌스 호에 실린 방위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생기인 RTG에 연료가 주입됐습니다. 핵 연료원인 RTG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주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었는데요. RTG에 연료가 주입되자 그 열기로 전력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생명을 얻게된 것이죠. 자체적으로 동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 뉴호라이즌스 호는 비록 아직 지상에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임무가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목성과 뉴호라이즌스호. 출처: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Southwest Research Institute (JHUAPL SwRI)
목성과 뉴호라이즌스 호. 출처: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Southwest Research Institute (JHUAPL SwRI)

2006년 1월 당시에 약 3주간이 최적의 발사 시기였다고 하는데요. 이때 지구, 목성, 명왕성이 모두 각자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서 늘어서는 위치를 이용하면 강력한 록히드마틴사의 로켓인 아틀라스V에 실려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는 9년 반 만의 빠른 속도로 명왕성을 향해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1월에 21일 간 지속될 이 시기를 놓친다면 우주선 발사는 2007년으로 미뤄져야 했는데, 그럴경우 여행의 위험성도 커지고 기간도 14년으로 늘어나며, 목성 플라이바이도 불가능했습니다

 

발사준비가 서서히 끝나고 뉴호라이즌스 호를 아틀라스 로켓 위에 올리기 위한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최적의 발사 가능일이 다가올수록 뉴호라이즌스 호와 로켓의 카운트다운 준비를 위해 아직 남아있는 수십 단계 작업의 상세한 일정표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우주선 시스템에 전원을 켜는 날이 13일의 금요일이었던 겁니다. 이에 발사팀에서는 앨런에게 원한다면 RTG 연료주입을 하루 뒤인 14일 토요일에 해도 된다고 앨런에게 말했는데요. 하지만 앨런은 역시 과학자였습니다. 귀한 하루를 또 허비하느니 13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편이 낫다는 결정을 내린거죠.

 

13일의 금요일이 뭐 어때서요. 그냥 연료를 넣으세요. 아틀라스(로켓)에 불을 켜고 한번 날아봅시다 

 

만약 1월의 발사시기를 놓치면 10년을 기다려야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다른 선택지라고는 2007년에 우주선을 발사해 우주선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지 못한 채 느린 속도로 무려 14년 동안 명왕성 여행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었죠. 발사를 1년 연기할 경우 도착 시기는 무려 4년이나 늦어지는 것이었고, 그럴 경우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우주선도 훨씬 더 큰 위험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W.톰보의 9주기였던 2006년 1월 17일, 뉴호라이즌스 호의 첫번째 카운트 다운이 이뤄집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1시 23분 이후 이뤄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로켓이 날아오를 순간을 고작 6분 앞둔 오후 1시 17분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다가 밸브 하나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이 발견돼 1시 45분으로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강했고, 결국 계속해서 발사 연기가 되던 이날엔 뉴호라이즌스 호가 우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13일의 금요일 따위. 무사히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 출처: NASA
13일의 금요일 따위. 무사히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 출처: NASA

하루 뒤인 1월 19일, 목요일 다시 일정은 잡혔고 마침내 휴스턴 시간으로 오후 2시, 마침내 카운트다운은 무사히 끝나고 밝은 빛을 내뿜으며 로켓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10년 간의 여행이 시작됐던 것이죠. 

아직 끝나지 않은 명왕성 탐사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명왕성 탐사 이야기!

책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마지막 행성을 향하는 최초의 탐사선이었던 뉴호라이즌스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멀리 있고 크기, 위성 개수, 표면 구성 등 그 무엇도 알려진 게 없던 이 곳에 인류는 어떻게 우주선을 보낸 걸까요? 뉴호라이즌스 호가 태양계 행성 마지막이었던 명왕성에 도달하기 전, 비록 왜소행성으로 그 지위가 강등됐던 명왕성이지만 뉴호라이즌스 호가 온전히 그 먼 거리를 종단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어떤 우주 탐사보다 감동을 선사했던 뉴호라이즌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참고자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