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뇌가 240 조각난 이유
아인슈타인 뇌가 240 조각난 이유
  • 함예솔
  • 승인 2020.11.20 04:50
  • 조회수 2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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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과학자를 꼽으라면 유력 후보에 늘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인데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인슈타인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Thomas Harvey)는 아인슈타인의 천재적 뇌가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지 너무도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1955년 4월 18일, 토마스는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뇌를 훔쳐버렸습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출처: pixabay
내 뇌 어땠어? 뇌섹남이지? 출처: pixabay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잘랐다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에 따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화장해 그 재를 비밀리에 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가져갔고, 두 개의 단지에 담아 방부 처리를 한 뒤 집 지하실에 보관했습니다.

 

그는 아인슈티인의 뇌 흑백 사진을 수십 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240조각냈습니다. 각 블록의 조직 샘플을 채취해 현미경용 슬라이드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인슈타인의 뇌가 일반인 뇌보다 가볍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조각들 중 일부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보내 같이 연구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하는군요.

토머스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쳤다. 출처: 유튜브/Crunch
토머스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쳤다. 출처: 유튜브/Crunch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를 받은 과학자 중에는 해부학 수업으로 유명한 UC 버클리의 신경해부학자 메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박사도 있었습니다. 본래 그녀는 풍족한 환경에 있는 쥐들의 뇌는 두께가 두꺼워지고 수행 능력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처음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풍족한 환경이란 쥐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널찍한 공간, 함께 어울릴 동료 쥐가 많은 곳을 말합니다. 빈곤한 환경에는 아무 것도 없는 그냥 텅 빈 공간 뿐이었죠.

 

실험 결과,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빈곤한 환경에서 지낸 쥐들보다 6.4% 더 큰 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추신경계를 지지해주는 신경교세포의 수도 실험 전보다 14%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쥐의 거주 환경에 따라 뇌의 물리적 구조는 영향을 받았고, 이 연구는 '뇌 가소성' 즉, 뇌의 재창조 능력을 보여준 연구였기에 중요했습니다.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1926~2017). 출처: UC Berkeley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1926~2017). 출처: UC Berkeley

그런데 메리언 다이아몬드가 본격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건 1985년, 아인슈타인의 뇌 네 조각을 연구하면서부터였습니다. <Experimental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아인슈타인의 대뇌 피질의 특정 부위와 남성 11명의 대뇌 피질 샘플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일반인의 뇌보다 신경교세포(neuroglial cell)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많았습니다. 신경교세포는 뉴런을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는 세포들입니다. 당시만 해도 연구자들이 크게 주목했던 세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로 신경교세포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신경교세포(neuroglial cell)는 뉴런을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는 세포들. 신경교세포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신경교세포(neuroglial cell)는 뉴런을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는 세포들. 신경교세포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로스앤젤레스의 국립암연구소에서 지정한 암 치료 전문 기관인 시티오브 호프(City of Hope) 재단의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라홀 잔디얼 박사는 "이제 우리는 약 850억 개의 신경교세포가 뉴런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며 신경들 하나하나를 서로에게서 분리해 보호하고 침입한 병원균을 파괴하며, 죽은 뉴런을 치우고 뉴런간의 소통을 탄탄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비가 찍어놓은 아인슈타인 뇌 사진 덕분에

아인슈 타인의 뇌. 출처:  the 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아인슈타인의 뇌. 출처: Brain(2012)/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아인슈타인이 죽은 직후 토머스 하비가 찍어놓은 사진들은 이전까진 자세히 분석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부검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보다 작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분석에서는 아인슈타인의 뇌에서도 노화와 함께 발생하는 변화들이 나타났다는게 조사됐지만 사진과 관련해서는 그 이상 분석된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수십 년 후 일부 과학자들은 하비에게 몇 가지 샘플을 요청했고 이를 분석할 때 몇 가지 특이한 특징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1999년,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을 근거로 한 연구가 <The Lancet>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두정엽(parietal lobe)에 고랑(furrow)과 덮개(operculum)라 불리는 구조가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요. 연구자들은 사라진 고랑(furrow)은 시공간인지능과 연산과 관련된 수학적 능력과 관련 있는 영역과 연결을 강화시켰을 수 있다는 추측하는 연구를 내놓았죠.

아인슈타인 뇌. 출처:  the 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아인슈타인 뇌 좌측. 출처: Brain(2012)/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이후 2012년 <Brain>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당시 하비가 찍어놓은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을 이용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의 진화인류학자였던 딘 포크(Dean Falk) 박사는 국립의료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에서 원본 사진 12장을 입수해 이를 분석하고 다른 연구에서 설명한 85개의 뇌에서 보여진 복잡한 이랑과 고랑(ridges and furrows)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아인슈타인 뇌 우측. 출처:  the 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아인슈타인 뇌 우측. 출처: Brain(2012)/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그 결과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추상적인 사고와 관련 깊은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두정엽(parietal lobes), 시각피질(visual cortex)에 있는 주름이 특이하고 복잡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부위의 복잡한 패턴은 그 영역에 상대적으로 더 넓은 표면적을 제공했을 겁니다.

뇌의 구조입니다. 측두엽은 간뇌 아래 있어요. 출처: 중앙치매센터
뇌의 구조입니다. 측두엽은 간뇌 아래 있어요. 출처: 중앙치매센터

전전두엽 피질은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의 성질에 관한 사고 실험을 할 때 필요했을 추상적 사고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에 따르면 전전두엽 피질은 복잡한 의사 결정이나 앞으로 일어날 갈등을 가늠해 보는 일에 사용되는 부위라고 하는데요. 전전두엽 피질은 전두엽의 가장 앞쪽에 있습니다. 계획, 규칙, 학습, 성격과 관련 깊습니다.

좌뇌와 우뇌는 각각 다른 기능을 갖는다. 출처: pixabay
좌뇌와 우뇌는 각각 다른 기능을 갖을까?! 출처: pixabay

아인슈타인의 뇌는 연구되어야 한다는 공익적, 학술적 사명감(?)에 급기야 위대한 학자의 뇌를 훔쳐간 토마스 하비. 비록 그의 무모한 행동 덕분에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긴 했지만 뇌를 넘겨받은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는 과정상 오류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윤리적으로도 두고두고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후대 연구자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입니다.

뇌의 경이로움에 빠져보세요~
뇌의 경이로움에 빠져보세요~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때>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라홀 잔디언이 들려주는 정교한 '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달걀 노른자를 떠내듯 종양 가운데를 떠내고 나자 가운데가 푹 패고 너덜너덜한 가장자리만 나았다'라는 식의 뇌 수술을 집도하는 수술실 속 생생한 이야기부터 '사람들은 좌뇌적 혹은 우뇌적이다', '뇌 훈련은 거짓말이다' 같은 뇌와 관련해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는 낭설을 바로잡는 이야기까지 뇌에 대한 모든 게 담겨져 있습니다. 15년 동안 수천 번의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뇌 수술을 할때마다 전율이 느껴진다는 저자인데요. 뇌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거나 뇌를 어떻게 건강하게 보호하고 유지할고 알고 싶으신 분은 이 책을 한번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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