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에서는 빙하기에 빙하가 무너져 내린 흔적을 남극바다에서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에 게재됐습니다.
빙하기에도 빙하 무너져내린다
빙하기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떨어져 얼음으로 덮인 영역이 늘어나는 시기이며, 남극 빙하의 붕괴는 빙하기가 끝나고 온도가 오르는 간빙기에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간빙기 때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들이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굵기 1mm 이상의 입자들이 남극바다 퇴적물에서 확인됐습니다.
극지연구소와 호주국립대학교, 충남대학교 공동연구팀은 2003년 남극스코시아해에서 빙하 기원으로 보이는 퇴적물을 분석해 2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발생 시기로 지목했습니다. 빙하기에도 빙하가 붕괴해 바다로 퇴적물이 공급됐다는 겁니다. 연구팀이 분석한 퇴적물의 입자는 70% 이상이 0.016~0.063mm 크기로 나타나 간빙기 때보다 작았고 자성을 띤 광물은 4배 이상 많았습니다.
대자율은 물질이 자성을 띠는 정도를 말하며, 육상에서 온 퇴적물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빙하 퇴적물도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데, 스코시아해에서 끌어올린 퇴적물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참고로 남극 스코시아해는 남극의 가장자리인 남미와 남극반도 사이에 위치하며, 빙하기-간빙기 동안 늘었다 줄었다하는 빙하의 흔적들이 잘 남아있어서 과학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얼음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공동해양 시추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본래 빙하가 품고 있던 퇴적물이 바다까지 오기 위해서는 빙하가 쪼개지거나 녹아 없어져야 가능합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역추적해 빙하기에도 빙하가 부서졌음을 밝혀냈습니다.
김성한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기록에서 찾아낸 빙하의 움직임과 붕괴 현상 등은 기후변화 모델링의 기초자료로, 미래기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