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동아시아를 데우는 기작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빙하가 녹은 차가운 물은 남극바다 표면의 수온을 낮추고 바다얼음(해빙)의 형성을 도와서 일정기간 지구의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오히려 기온을 높일 수 있음이 새롭게 드러난 겁니다. 이번 연구는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습니다.
남극 녹으면 한반도 더워지나
극지연구소와 포스텍 국종성 교수 연구팀,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17,000 km 이상 떨어진 동아시아의 온도를 0.2도 이상 끌어올린다고 예측했습니다.
이 같은 동아시아 온난화 현상은 남극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고 22~71년 뒤에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온도는 0.2도 넘게 감소해 동아시아의 상대적인 지역 온난화가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분석 결과, 남극바다에서 유입된 찬 물은 적도에 위치한 열대수렴대를 북쪽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해빙이 늘면서 지구 밖으로 반사되는 태양빛이 많아져 남반구의 온도가 떨어진 데 따른 영향입니다.
열대수렴대의 북상으로 북태평양 서쪽의 고기압은 강해졌고 동아시아로 따뜻한 공기가 흘려들어가면서 온난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열대수렴대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무역풍이 적도 부근에서 수렴하는 지역을 말하며 계절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합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빠르게 녹고 있는 남극의 현재 모습을 반영한 시나리오와 수치모델 기법을 활용해 이번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남극의 빙하는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1,550억 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을 높이고 있지만, 북반구 기후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진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극과 동아시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열대 지역을 매개체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남극이 녹으면서 나타날 지구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정교한 시나리오로 찾아내,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