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운석충돌은 공룡의 대멸종과 더불어 지상 생물의 주인공으로 포유류가 등장하게 된 생물학적 거대사건이자 한반도 역사에서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던 한반도의 운석충돌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이 규명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연구팀은 올 1월부터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약 7km 직경의 적중-초계분지의 현장조사와 분석을 실시했고 그 연구 결과 한반도 최초 운석 충돌구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Gondwana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한반도 최초 운석 충돌구
적중-초계분지는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약 7km 직경의 독특한 그릇모양의 지형입니다. 그동안 운석충돌의 흔적이 여러 차례 발견됐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국내외 지질학계의 숙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분지 내에서 깊이 142m 시추코어 조사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적중-초계분지가 운석충돌에 의해 약 5만 년 전에 생성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임을 밝혀냈습니다. 연구 결과, 분지 중앙의 142m 퇴적층은 크게 3개의 퇴적층서 단위로 구분됐습니다.
△코어 상부(0~6.2m)에 있는 토양 및 하천퇴적층
△ 6.2~72m의 세립질 실트 점토의 엽층리를 포함하고 있는 호수퇴적층
△ 72~142m에서 발견된 충격각력암층
운석이 충돌할 때는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에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합니다. 이 때 발생한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변성에 의한 흔적(shock-metamorphic effects)이 남습니다. 이러한 흔적에 대한 암석학․지구화학적 변형구조 추적으로 과거에 운석충돌이 있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적중-초계분지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지는 미시적 광물 변형증거와 거시적 암석변형을 확인했습니다. 시추코어 142m 충격각력암층에서 발견된 사암의 석영광물입자에서는 충격파로 만들어진 평면변형구조가 미시적 증거로 확인됐습니다.
130m에서는 셰일암석에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암석 구조(shatter cone)가 거시적 증거로 발견됐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거시적 증거이기에 매우 의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지의 호수퇴적층 속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적충-초계분지의 운석충돌이 약 5만 년 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현재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개입니다. 적중-초계분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Xiuyan crater) 이후로 2번째입니다.
- 슈엔 운석충돌구(Xiuyan crater)
운석충돌구는 직경 약 1.8km로 110m 시추코어를 확보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06m 퇴적층에서 발견된 호성퇴적물(황토층)의 연대측정 결과 약 5만 년 전 이상, 즉 더 오래전에 운석충돌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제1저자인 임재수 박사는 "그동안 지질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적중-초계분지가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로 확인돼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적중-초계분지의 운석충돌 시기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참고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약 직경 2km 운석충돌구는 약 100m 직경의 운석이 떨어져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그 에너지는 1908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M=8.4) 때의 발생 에너지와 같다고 제시하고 있는데요. 적중-초계분지의 운석충돌구 직경을 4km로 가정하면,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1,400MT(메가 톤, TNT)에 해당하는데 1980년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 당시 발생한 총에너지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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