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세인트 빈센트 섬에 위치한 수프리에르 화산이 분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12일(현지시간) 새벽에는 또 한차례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폭발과 함께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뜨거운 가스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구 곳곳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화산들이 존재하는데요.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미리 예측할 순 없을까요?
그런데 최근 ‘Nature Geo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화산 폭발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산은 가까운 장래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드러냅니다. 예를들어 지진활동이 증가한다든지, 가스 방출의 변화, 갑작스러운 지반 변형 등이 있죠. 하지만 화산 분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두 개의 화산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고, 전 세계의 약 1,500개 정도의 활화산들 중 감시 시스템을 갖춘 곳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최상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화산이 폭발하기 며칠 전에 추적관찰된 화산의 분화만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과학자들이 몇 달 혹은 몇 년 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알래스카 대학교(University of Alaska)과학자들은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화산 분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Társilo Girona는 “이 새로운 방법론은 화산 폭발로 이어지는 몇 년 동안 화산의 넓은 지역의 열 방출이 미묘하지만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걸 기반으로 한다”며 “종종 다른 징후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 화산이 다시 깨어나는 걸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합니다.
연구팀은 지난 20년 동안 폭발한 여러 종류의 화산에 대해 NASA의 Terra/Aqua 위성에 탑재된 센서인 MODIS(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로부터 얻은 약 16년 간의 복사열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참고로 MODIS는 705km의 고도에서 태양동기궤도로 지구전표면을 관측하는데요. 하루에 한번 또는 두번 같은 지점을 지나며 terra는 육상관측, Aqua는 해양 관측을 진행합니다. 전 지구에 대한 육지와 해양의 표면온도, 일차생산량, 토지피복, 구름, 에어로졸, 수증기, 기온분포 및 산불 등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화산들 간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균일했는데요. 화산 폭발로 이어진 몇 년 동안 화산 대부분에 걸친 복사 표면 온도(radiant surface temperature)는 정상상태보다 약 섭씨 1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분출할 때마다 줄어들었습니다. JPL의 Paul Lundgren는 “우리는 여기서 핫스팟을 말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화산의 넓은 지역이 따뜻해지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다”며 “따라서 이는 깊이에 따라 일어나는 근본적인 과정과 관련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특히 과학자들은 이 열의 증가가 마그마방과 열수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구 표면 아래 녹아있는 암석인 마그마는 가스와 다른 액체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 물질들이 화산을 통해 상승할 때 가스는 지표로 확산되고 열을 발산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탈가스는 지하수를 상승시킬 수 있고 지하수면을 높일 수 있으며 열수 순환을 촉진해 토양 온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화산 활동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른 과정들도 진행 중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Lundgren는 “화산은 믹스 초콜릿 한 상자와 같다”며 “그들은 비슷하게 생겼을 수 있지만 내부는 각양각색이고 때로는 심지어 같은 화산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게다가, 몇몇 화산들만 잘 감시되고 있고, 가장 위험한 화산들 중 일부는 자주 가장 폭발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기록에 오로지 의존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입니다.
데이터를 결합해보니
이 새로운 방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모델링과 다른 위성의 데이터를 결합했을 때 화산 활동에 대한 훨씬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Lundgren는 지난해 여름 ‘Scientific Reports’에 논문을 하나 게재했는데요. 간섭계 합성 개구 레이더(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r, InSAR) 데이터를 활용해 아르헨티나 네우켄에 있는 도무요 화산(Mount Domuyo)의 장기적인 변형을 분석했습니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도무요 산이 휴화산인지 사화산인지 아니면 그냥 산인지 구별하지 못했는데요.
Lundgren의 연구가 이를 해결했습니다. 그는 예기치 않은 팽창 시기를 감지했는데요. 이는 마그마의 새로운 덩어리가 위로 올라오며 암석들을 밀어내며 화산의 일부가 팽창하는 시기입니다. 덕분에 도무요 화산은 활화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음으로 Lundgren는 이 변형 시계열을 Társilo Girona가 도무요 화산을 위해 만들어진 열적 시계열과 비교했습니다. Lundgren의 목표는 화산의 넓은 지역에 대한 복사 표면 온도 상승과 변형이라는 두 과정이 서로 연결돼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는데요. Lundgren은 “열적 시계열은 변형 시계열과 매우 유사하지만 약간의 시간적 구분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어떤 과정이 먼저 일어날 것 같은지는 불분명하지만 상관관계를 보여주면 단순히 지표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에 의존하기 보다는 물리학적 해석을 통해 과정을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 세트를 결합하면 화산 내부의 더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다양한 프로세스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폭발을 예측하는데 사용되는 모델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Lundgren은 “이번 연구가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해주진 않지만 특히 멀리 떨어져있는 화산의 경우,새로운 원격 감시 접근 방식의 기회를 마련해준다”며 “화산이 몇 년에서 수십 년의 기간에 걸쳐 일반적인 동적 조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경쟁 가설에 대하여 근본적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미리 예측한다
향후 과학자들은 열적 시계열을 실험하고 정밀도를 계속 미세 조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Girona는 “목표 중 하나는 언젠가 화산 지역의 화산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거의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갖는 것이다”며 “작은 분출의 경우에도 분출 사건이 시작되기 전에 열적 동요의 증거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은 우리가 그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합니다.
이 데이터는 모니터링되는 화산에서 사용되는 기존 도구들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화산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Lundgren은 “화산 주변 표면온도 변화화 InSAR 지표면 변형 측정을 통해 주변 화산 관측소가 어떤 화산이 가장 폭발하기 쉽고 어떤 화산이 더 정밀한 관측을 위해 계측되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합니다. “위성 데이터를 사용할 때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위 또한 늘릴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과학자들이 화산 분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날이 곧 도래하길 기대해봅니다.
##참고자료##
- Girona, T., Realmuto, V. & Lundgren, P. Large-scale thermal unrest of volcanoes for years prior to eruption. Nat. Geosci. 14, 238–241 (2021).
- Lundgren, P., Girona, T., Bato, M.G. et al. The dynamics of large silicic systems from satellite remote sensing observations: the intriguing case of Domuyo volcano, Argentina. Sci Rep 10, 1164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