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소장 강성호)는 아델리펭귄이 천적인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를 습격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아델리펭귄의 집단 번식지가 아닌 곳에서 이 같은 행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뫼비우스 (Cape Möbius)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로 아델리펭귄들이 도둑갈매기 둥지 3곳을 공격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화면 속 아델리펭귄은 도둑갈매기의 알을 밟아서 터뜨리기도 하네요.
케이프 뫼비우스가 위치한 남극 로스해 일대는 전 세계 아델리펭귄의 약 32%가 번식하는 곳입니다. 아델리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는 도둑갈매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연구팀은 호기심이 많고 호전적으로 알려진 아델리펭귄 무리가 침입자에게 보내는 도둑갈매기의 경고음에 이끌려 접근했다가 우발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펭귄 둥지를 공격하는 도둑갈매기와 달리, 펭귄은 다른 조류의 알이나 새끼를 먹지 않기 때문에 사냥 등 특정 의도를 갖고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같습니다.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도 가장 가까운 아델리펭귄 집단 번식지와 17km이상 떨어져 있어서 새끼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남극 로스해는 수십만 마리의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이 서식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펭귄 이외에도 남극이빨고기 (메로)를 비롯한 95 종의 어류, 수십 종의 크릴, 물범, 고래, 바닷새 등이 살고 있다. 생태학적 가치가 높아서 로스해를 보호하고 연구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 ’남극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구조 및 기능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Diversity’ 특별호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물다양성’ (제1저자 김유민, 김종우 극지연구소 연구원)에 게재됐습니다.
※ Penguins Strike Back: A Report on the Unusual Case of Adelie Penguin (Pygoscelis adeliae) Attacks on South Polar Skua Nests Distant from the Breeding Colony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천적을 공격하는 아델리펭귄의 이번 사례처럼 남극 생태계에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며, “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남극동물들의 행동과 생태의 비밀을 풀어내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