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우주방위대 (下)
지구를 지키는 우주방위대 (下)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22.01.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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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위협소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우리나라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의 역사와 현황을 알아보도록 하자.

 

최근 개봉한 ‘돈룩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에서 지구에 충돌하는 혜성 관측 데이터를 한국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에 잘됐다고 반응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행성, 혜성 발견을 위한 탐사 관측의 역사가 매우 짧다. 또한 날씨를 비롯한 광학 관측 환경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탐사 망원경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1998년 연세대학교에서는 변용익 교수를 중심으로 0.5미터 광시야 망원경을 이용하여 변광성과 소행성 탐사하는 YSTAR(Yonsei Survey Telescopes for Astronomical Research)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0년 11월에는 충남 천안에 ‘연세대학교 천문대 천안우주탐사관측소’를 개소하여 광시야 망원경 3대를 비롯해 무인 자동 관측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탐사 관측 준비를 시작했다.

그림 1. 연세대학교 천문대 천안우주탐사관측소 개소식 사진. 출처: 변용익 외 2001
그림 1. 연세대학교 천문대 천안우주탐사관측소 개소식 사진. 출처: 변용익 외 2001

한편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1999년 NEOPAT(Near-Earth Object PATrol)이라는 이름의 TF팀을 구성하여 소백산과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으로 근지구소행성 후속 관측을 시작했다. 2000년도 초반에는 보현산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을 이용한 소행성 탐사로 많은 소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2000년 12월 4일 발견하여 가장 처음으로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34666번 소행성에는 보현산(Bohyunsan)이란 이름을 부여됐고, 나머지는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홍대용, 김정호, 이원철, 유방택, 서호수와 같이 우리나라 역대 위인 및 과학기술자들의 이름을 붙였다.

그림 2. 보현산 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을 발견한 소행성 사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 2. 보현산 천문대 1.8미터 망원경을 발견한 소행성 사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NEOPAT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지구접근천체연구실은 2000년에 당시 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지정연구실(NRL: National Research Laboratory)로 지정되고, 연세대학교 YSTAR팀과 함께 공동으로 근지구천체(NEO: Near-Earth Object) 탐사 연구를 수행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2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덜랜드 천문대에 첫 번째 무인 자동 관측소를, 2004년 12월 호주 사이딩스프링스 천문대에 두 번째 관측소를 설치했다. YSTAR-NEOPAT이라는 이름의 구경 0.5미터 망원경은 초점비 f/2.0로 2K × 2K CCD 카메라를 장착했을 때 1.8 × 1.8도의 넓은 시야를 가졌다. 남아공 관측소의 2005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552개의 이동천체 후보들을 검출했고, 이 중 54개는 국제소행성센터(MPC: Minor Planet Center) 보고 결과 공식적으로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 신천체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겉보기 이동 속도가 0.5도/일보다 빠르며, 18등급보다 밝은 것들로 속도 특성을 고려한다면 대부분 근지구소행성으로 추정됐다[2].

그림 3.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덜랜드에 설치된 YSTAR-NEOPAT 망원경.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 3.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덜랜드에 설치된 YSTAR-NEOPAT 망원경.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이 후 NEOPAT 팀은 2007년부터는 NESS(Near Earth Space Survey)[3]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명을 변경하고 0.6미터 광시야 망원경 2대를 활용하여 네트워크, 스테레오 관측을 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소행성 발견에 있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2015년 하반기부터 남반구 3개 관측소(칠레, 남아공, 호주)에 지름 1.6미터 망원경과 3.4억 화소 모자이크 CCD 카메라로 이루어진 시야 4평방도(보름달 16개가 들어감)를 갖는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운영하고 있다[4]. 이 망원경의 주요 과학목표는 외계행성 발견이지만 남반구 여름 기간 동안에는 초신성, 은하, 소행성 등 다양한 연구목적으로 활용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소행성 연구팀에서는 딥-사우스(DEEP-South: Deep Ecliptic Patrol of the Southern Sky, 남천황도대 집중탐사연구)라는 프로젝트로 이 망원경을 이용하여 소행성 물리적 특성 규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딥-사우스 연구팀에서는 지난 2019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근지구소행성(NEA: Near Earth Asteroid)[5]과 지구위협소행성(PHA: 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6]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7]. ‘2018 PM28’이라는 이름의 근지구소행성과 ‘2018 PP29’라는 이름의 지구위협소행성이 그것인데, 이들은 지난 2018년 8월 외계행성탐색시스템 칠레, 호주, 남아공 관측소에서 검출됐다. 딥-사우스 연구팀은 두 소행성에 대해 각각 44일과 10일 동안 후속관측을 실시하여 정밀궤도를 얻는 데 성공했고 2019년 6월 5일 국제소행성센터로부터 임시지정번호(소행성 발견의 역사와 명명법 참고)를 부여받았다.

그림 4. 지구위협소행성 2018 PP29(왼쪽), 근지구소행성 2018 PM28(오른쪽) 발견 영상.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 4. 지구위협소행성 2018 PP29(왼쪽), 근지구소행성 2018 PM28(오른쪽) 발견 영상.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위협소행성 2018 PP29는 절대등급이 21.6등급으로 발견 당시의 밝기와 거리 그리고 소행성의 평균반사율을 고려하면 크기 160m급으로 추정된다. 또한 소행성의 궤도와 지구 궤도가 만나는 최단거리, 즉 최소궤도교차거리(MOID, Minimum Orbit Intersection Distance)는 지구-달 거리의 약 11배인 약 426만km이다. 이는 지구위협소행성의 조건 가운데 하나인 ‘MOID가 0.05AU(지구-달 거리의 약 19.5배)보다 가깝다’는 내용을 충족한다[8]. 이 소행성은 최초 발견 당시 NASA 센트리(Sentry) 시스템의 분석 결과 2063년과 2069년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 2회의 충돌 확률을 더하면 28억분의 1로 매우 낮은 수치였고, 이후 추가 관측을 토대로 궤도가 정밀해짐에 따라 지구와의 충돌확률은 곧 제거되었다.

 

한국천문연구원 딥-사우스 연구팀에서는 이 두 소행성 외에도 많은 수의 소행성대 소행성, 태양계 외곽에 있는 카이퍼대 소행성 등의 신천체 발견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그림 5.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한 소행성 궤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 5.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한 소행성 궤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는 남반구 칠레 사이트 설치를 목표로 소행성 탐사 전용 1.5미터 망원경을 개발 중이다[9]. 이 망원경은 1.5미터급으로는 남반구 최초의 소행성 탐사 전용 관측 장비가 될 것이다. NSOS(Near Space Optical Survey) 라는 이름의 이 망원경은 근지구소행성 중에서 잠재적으로 지구에 위협이 되는 지구위협소행성 발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근지구천체를 가장 많이 발견하는 탐사 프로젝트인 CSS(Catalina Sky Survey, 카탈리나 전천탐사) 프로젝트팀(지구를 지키는 우주방위대 (中) 참고)과 긴밀한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첫 번째 관측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유성체 폭발사건, 2014년 진주운석 낙하 등을 계기로 소행성, 혜성 등의 자연우주물체 충돌에 따른 피해를 자연재해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을 개정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계획을 수립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정의) 부분은 아래와 같다[10]. 이처럼 소행성 등의 충돌을 태풍,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의 범주로 규정한 법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

 

가. 자연재난: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실제로 2017년도부터는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에 대비하여 토론 및 도상훈련을 병행하고 있다[11]. 2021년 11월 안전한국훈련 기간에도 크기 10미터 급 소행성이 수도권에 충돌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한 대응체계 점검 등을 실시했다. 미국 NASA 등이 주도하는 행성방위학회(PDC: Planetary Defense Conference, 2019년 행성방위학회 참고2021년 행성방위학회 참고.)의 우리나라 버전인 셈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정부는 우주위험으로부터의 국민의 안전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15조에 의거하여 제1차 우주위험대비 기본계획(’14~‘23)을 수립하고,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환경감시기관”으로 지정하여 우주위험 감시에 필요한 정책, 기술 등의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중이다. 

그림 6. 한국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실 내에 위치한 소행성 감시화면.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림 6. 한국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실 내에 위치한 소행성 감시화면.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앞서 언급한 ‘돈룩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에서 우리나라는 여러차례 언급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교수가 혜성의 존재를 알리는 TV쇼에 출연해서 멕시코와 스페인에서 과학자들이 검토 중이고 한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에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다. 이것은 한국이 관심을 보여줘서 고맙다, 잘됐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이런 인류멸망의 중차대한 뉴스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단지 마지막으로 언급된 나라를 말하며 실망조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 혜성, 소행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열손가락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NASA PDCO(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 보통 행성방위조정사무국이라고 번역하지만 지구방위합동본부라고 보면 됨)처럼 NSSAO(National Space Situational Awareness Organization)[12]라는 조직을 통해 우주감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1] 변용익 외 2001. “YSTAR : Yonsei Survey Telescopes for Astronomical Research” Small Telescope Astronomy on Global Scales, ASP Conference Series Vol. 246, IAU Colloquium 183. Edited by Bohdan Paczynski, Wen-Ping Chen, and Claudia Lemme. San Francisco: Astronomical Society of the Pacific, ISBN: 1-58381-084-6, 2001., p.83 https://adsabs.harvard.edu/full/2001ASPC..246...83B

[2] 배영호 외 2007. “YSTAR-NEOPAT 남아공관측소 이동천체 탐사관측 중간보고” The Bulletin of The Korean Astronomical Society (천문학회보), Volume 32 Issue 1, Pages.30.2-30.2, 1226-2692(pISSN)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CFKO200723860543147.pdf

[3] 유성열 외 2010. “Performance Improvement of Near Earth Space Survey (NESS) Wide-Field Telescope (NESS-2) Optics” J. Astron. Space Sci. 27(2), 153-160 (2010) DOI: 10.5140/JASS.2010.27.2.153 http://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018037270224.pdf

[4] 외계행성 탐색시스템 홈페이지

[5] 궤도 운동 중 태양까지의 최소거리(근일점 거리)가 1.3AU(약 1억 9천 5백만km) 보다 작아 지구 공전궤도 근처에 분포하는 소행성

[6] 지구위협소행성(PHA) : 근지구소행성(NEA) 중에서 지름이 140m 보다 크고 지구와의 최소 궤도 교차거리가 0.05AU(약 750만km) 보다 가까운 소행성

[7] 한국천문연구원 보도자료

[8] 소행성 2018 PP29의 궤도요소(출처: NASA/JPL)

[9] 조성기 외 2021. “Development of Near Space Optical Survey Telescope” 한국우주과학회 추계학술대회

[10]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11] 2019년 자연우주물체 충돌에 따른 우주위험 대응 훈련(한국천문연구원)

[12] 우주환경감시기관 웹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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