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EHT 국제 공동 연구진이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Sgr A*) 영상을 포착했죠.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이하 EHT, 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습니다.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이란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자 이 가상 망원경의 이름입니.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를 뜻합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M87에 이어 EHT 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죠.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 7천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 배 큰데요.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하여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입니다. 그러나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세계 80개 기관, 300명이 넘는 EHT 연구진들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블랙홀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시에 블랙홀에 대한 다량의 영상을 재현해 이를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5년간 끊임없이 진행했왔습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끝에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후속 연구로 EHT 연구진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부착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HT 프로젝트란?
‘블랙홀’이라 하면 검은 구멍이 생각나죠. 블랙홀을 직접 본 사람은 없고 블랙홀을 직접 볼 수도 없습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버려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영상이나 논문에서 봤던 블랙홀의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합니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번역하면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안과 밖을 나누는 넓은 경계지선을 뜻합니다. 어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지평선 부근은 강한 중력 효과에 의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그림자(Black Hole Shadow)입니다. 블랙홀 주변의 원반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데요. 이때 발생하는 마찰이 유발한 강력한 빛이 원반을 밝게 빛나게 합니다. 이 원반의 모양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왜곡되고 구부러져 보이게 되죠.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을 떠올려보세요.
관측자에게는 이 회전하는 원반 중 관측자를 향하여 움직이는 모서리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모서리보다 밝게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되는데요. 해당 관측을 위해선 거대 관측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에 지구촌 전파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로 연동해 지구 크기의 거대 망원경처럼 활용했습니다. 2018년 이후로 EHT 관측망에 추가로 참가하는 망원경이 더해져, 2020년에는 총 11대까지 수가 늘어났습니다.
과거 EHT 국제공동연구 성과
중심의 검은 부분은 사건의 지평선을 포함한 블랙홀의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빛이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입니다. 2019년 4월 공개됐습니다.
블랙홀 가장자리 영역이 어떻게 편광되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림의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M87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연관된 편광의 방향을 나타냅니다. 2021년 3월 공개됐습니다.
19개 천문대의 망원경을 활용한 초대형 동시 관측망을 통해 초대질량블랙홀이 강력한 제트를 분출하고 있는 M87 은하 중심부의 다파장 관측 영상니니다. 2021년 4월 공개됐습니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궁수자리 A 블랙홀 구조가 원형이라는 것을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7mm와 13mm 파장대 관측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2022년 2월 공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