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초기 우주에서 찾아야
허블갈등 해소의 실마리는 초기 우주에서 찾아야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23.10.27 22:26
  • 조회수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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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샤피엘루 알만(Shafieloo Arman)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표준우주모형에서 발생하는 허블갈등을 검증하는 이론과 수식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허블갈등 해소를 위해서 초기 우주에 수정된 물리 법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우주는 매 순간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이 에너지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해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Dark energy)[1]’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에너지 중 약 68%를 차지합니다.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난제가 있습니다. 허블상수[2]를 정밀하게 측정해 허블상수의 오차를 해결하는 것인데요. 허블상수를 측정[3]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변광성과 초신성의 관측을 통한 측정과 우주배경복사 및 표준우주모형을 바탕으로 한 측정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된 허블상수에 큰 차이가 있으며(1Mpc 당 초속 73㎞와 68㎞), 이를 허블갈등[4]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론천문학자들은 허블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암흑에너지의 물리적 성질을 조금씩 변화시키거나 표준우주모형을 수정해왔습니다.

 

샤피엘루 알만 박사의 연구팀은 ‘플랑크’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우주배경복사,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이하 SDSS, Sloan Digital Sky Survey)에서 측정한 우주 3차원 지도, 초신성 관측자료인 ‘판테온+’와   ‘슈즈’(이하 SH0ES, Supernovae, H0, for the Equation of State)를 활용해 허블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방법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후기 우주, 즉 가까운 우주의 물리법칙 수정을 통해 허블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밝혀냈습니다. 즉, 허블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 우주의 물리법칙을 수정하거나, 기존 허블상수 측정방법 외에 중력파 등을 이용한 측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의미하는데요.

다양한 관측자료를 통해 예측한 허블상수(가로축) 값과 다른 물리량(세로축)의 허용 범위. 진한 초록색은 ‘판테온+’와 SDSS 자료, 회색은 우주배경복사 자료, 파란색은 이 세 자료를 종합한 결과이며, 모두 자유도를 늘려 후기 우주의 물리법칙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결과다. 하지만 위의 결과 모두 SH0ES 자료에서 얻은 결과(연한 초록색)와 부합하지 않다. 이는 후기 우주의 물리법칙 수정을 통해 허블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다양한 관측자료를 통해 예측한 허블상수(가로축) 값과 다른 물리량(세로축)의 허용 범위. 진한 초록색은 ‘판테온+’와 SDSS 자료, 회색은 우주배경복사 자료, 파란색은 이 세 자료를 종합한 결과이며, 모두 자유도를 늘려 후기 우주의 물리법칙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결과다. 하지만 위의 결과 모두 SH0ES 자료에서 얻은 결과(연한 초록색)와 부합하지 않다. 이는 후기 우주의 물리법칙 수정을 통해 허블갈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이 연구를 이끈 알만 샤피엘루 박사는 “이번 결과는 더 이상 후기 우주에 새로운 물리학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허블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관측 데이터에 존재할 수 있는 오차를 좀 더 깊이 분석하거나 초기 우주의 새로운 물리법칙을 찾아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력파우주연구단이 칠레 안데스 산맥에 건설 중인 7차원적 망원경의 조감도. 지름 50cm 망원경 20대를 배열해 마치 지름 2.3m 망원경의 성능을 내면서 다양한 모드의 관측이 가능해 다중신호 천문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11월경부터 가동 예정이다. (사진 제공: 중력파우주연구단)
중력파우주연구단이 칠레 안데스 산맥에 건설 중인 7차원적 망원경의 조감도. 지름 50cm 망원경 20대를 배열해 마치 지름 2.3m 망원경의 성능을 내면서 다양한 모드의 관측이 가능해 다중신호 천문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11월경부터 가동 예정이다. (사진 제공: 중력파우주연구단)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중력파우주연구단[5]의 단장 이형목 교수(서울대)는 “다양한 우주론 데이터에는 무작위 오차와 계통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계통 오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현재 중력파 등을 이용한 독립적인 허블상수 측정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적어도 계통 오차의 한 측면은 조만간 밝혀지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본 논문은 천문학 및 물리학 최상위급 학술지 PRL(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PRL은 지난 40년간 노벨 물리학상 연구의 약 65% 이상이 실린 저널로, 노벨물리학상이 가장 많이 나온 저널입니다.

논문명 : Ruling Out New Physics at Low Redshift as a Solution to the H0 Tension

 

#용어설명

[1] 암흑에너지: 현재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68%를 차지하는 요소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성질을 갖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 허블상수: 우주의 현재 팽창비율을 의미한다.

[3] 허블 상수의 측정: 허블 상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은하까지의 거리와 후퇴속도를 알아야 한다. 후퇴속도는 은하 스펙트럼을 관측해 잘 알려진 흡수선들이 더 긴 파장 쪽으로 이동하는 적색이동을 측정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거리 측정은 매우 어려워, 허블 법칙이 알려진 192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그 정확도가 매우 낮아 50 ~ 100 km/sec/Mpc정도의 범위에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

[4] 허블갈등: 한편 초기 우주의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기 위한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정밀한 관측을 위해 2001년 WMAP 위성이, 2009년에는 Planck 위성이 발사되었고, 그 관측 결과를 이용한 허블 상수 측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Planck 위성은 공간 분해능이 높아 허블 상수를 아주 적은 오차 범위 내에서 측정한 결과인  km/sec/Mpc 가 발표되었다. 초신성을 이용한 측정과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값이다. 이러한 차이를 허블갈등이라 부른다.

[5] 중력파우주연구단: 중력파를 이용해 허블 상수를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중력파와 전자기파를 동시에 관측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을 필요로 한다. 국내에서도 중력파가 발견되는 즉시 전자기파를 관측하기 위한 연구가 중력파우주연구단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중력파우주연구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은 2021년도 과학난제도전융합과제로 선정되어 현재 7DT*라는 망원경을 남미 칠레에 건설하고 있으며, 2023년 11월경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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