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구진 및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를 또다시 포착했습니다. 이번 영상은 2018년 관측 데이터로부터 얻었는데요. 이는 2017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포착해 2019년에 발표한 M87 블랙홀의 1년 뒤 모습입니다.
2018년 포착한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2017년과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고리 구조의 가장 밝은 부분의 위치에 차이가 있었다는데요.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 고리 구조의 크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정하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리 구조의 밝기 분포는 블랙홀 주변 플라즈마에 존재하는 난류 등의 효과로 인해 변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87 블랙홀의 질량은 매우 천천히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보다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질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2017년에 관측한 블랙홀 그림자와 빛의 고리 구조 크기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된 구조라면 다시 관측을 했을 때 해당 구조의 크기의 변화가 없어야 합니다.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관측 영상을 비교·분석해 일반 상대성 이론 및 M87 블랙홀의 존재를 다시 한번 검증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고리 구조의 밝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블랙홀 주변 물질 유입 및 방출 과정에 대한 더 큰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관측에는 2018년 새로 참여한 그린란드 망원경(Greenland Telescope)의 역할이 컸습니다. 기존 8대의 EHT에 신규 망원경이 추가되고 자체 망원경 성능도 향상돼 블랙홀 영상의 정확도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참여한 9개 망원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2)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3)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미터 망원경, (4)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5)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6) 서브밀리미터 망원경 집합체(SMA), (7)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8) 남극 망원경(SPT), (9) 그린란드 망원경(GLT).
EHT는 2017년을 시작으로 2018, 2021, 2022년에 M87을 관측했으며 2024년에도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이 관측에 직접 참여합니다. 연구진은 KVN의 참여로 더 정확한 블랙홀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인 한국천문연구원/연세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조일제 박사는 "블랙홀 영상화는 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과학연구에 필요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영상화 과정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를 맡음으로써 거대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랙홀 영상화팀의 공동 리더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종호 교수는 “이번 결과는 2017년에 발표된 최초의 M87 블랙홀 이미지를 다시 한번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하는 고리의 모습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해당 결과는 지속적인 블랙홀 관측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천문대기전공 김재영 교수는“그린란드 망원경의 참여를 시작으로 후속 관측에서는 KVN을 포함한 더 많은 망원경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블랙홀의 모습을 포착할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Astronomy & Astrophysics'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