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다양한 위협을 받습니다. 특히 퓨마는 양을 즐겨 사냥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양들은 퓨마 등 포식자가 나타나도 심지어 잡아먹힐 때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양이 죽음을 앞두고도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양, 포식자·자연재해·아사 등의 상황에서도 울지 않아
양은 일생에서 단 한 차례, 여러 번 소리를 지른다고 합니다. 바로 새끼 양이 머리양을 찾을 때 새끼와 어미양이 서로 '메~' 하며 우는 순간입니다. 새끼 양과 어미 양을 서로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만난다고 해요. 이처럼 양들도 분명히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인데요. 하지만 정작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는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양들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회색여우의 위협을 꼽을 수 있는데요. 회색여우는 양들을 사냥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양들의 무리 사이로 섞여 들어갑니다. 회색여우는 어린 양들과 몸을 비비고 놀기 시작하는데요. 양들도 이런 회색여우와 함께 장난을 치죠. 과학자들은 이런 회색여우의 전략을 차밍(Charming)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한동안 새끼 양들과 놀던 회색여우는 갑자기 돌변해 함께 놀던 친구의 목을 물어뜯어 사냥합니다. 이때 다른 양들은 회색여우의 갑작스런 공격에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눈만 크게 깜빡이며 뒷걸음칠 친다고 합니다. 그리곤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죠.
양들은 포식자뿐만이 아니라 자연재해 앞에서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해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2만 마리의 양들이 있는 울타리가 폭설로 무너졌는데요. 바람이 불어 서서히 눈이 양들을 덮치는 가운데서도 양들이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결국 2만 마리의 양 가운데 4,000마리가 죽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양들이 울음소리만 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합니다.
또 양들은 1년에 17cm 정도의 털이 자라게 됩니다. 약 8kg 정도의 무게가 된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이 털이 비가 오면 물을 머금어 양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양털을 깎아야 하는데 주인에게 발견되지 못한 양들이 털의 무게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천천히 굶어죽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만 냈어도 주인에게 발견돼 살 수 있었던 상황인데 말이죠.
사람에게 길들여져 야생성 잃어
그렇다면 양은 왜 이런 다급한 상황들에서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까요? 지나친 침착함 때문일까요?
양들이 울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많은 가설이 있는데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양이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유가 사람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야생생활을 했던 양의 조상들은 현재의 양들과 달랐다고 하는데요. 야생상태의 양들은 서로 돌아가며 보초를 서다가 늑대 등 포식자가 다가오면 큰 소리로 울어 무리에 위협을 알렸다고 합니다.
그리곤 우두머리 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다가오는 포식자에게 돌진해 압사시켰다고 하는데요. 수천 년 전 존재했던 이런 양의 야생성이 인간에게 길들여져 점차 희미해지다가 현재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분석인데요. 양을 치는 개들을 위협으로 생각해 양들이 공격하면 안 되기에 인간이 양들을 길들였고 결국 양들이 다양한 위협 앞에서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 비투스 B. 드뢰셔, <하이에나는 우유배달부!>, 서울:이마고, 2007.